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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 스님 “덤으로 사는 삶,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죠”

입력 | 2014-10-31 03:00:00

창립 20주년 맞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생명나눔운동의 포교사로 몇 사람만 모이면 언제든 달려간다는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제공

“전 이제 나이 서른여섯이죠, 허허. 14년 전 당시 스물두 살 젊은이의 간을 이식받아 새로 태어났으니까요.”

창립 20주년을 맞는 불교계 장기기증운동 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67)의 말이다. 27일 만난 스님은 1982년 간경화 판정을 받은 뒤 20년 가까운 투병 끝에 ‘한 주도 못 넘긴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모든 걸 정리하고, 주위에서 다비식(茶毘式)을 준비하려고 할 때 적합한 기증자를 찾아 이식수술을 받게 됐죠. 2000년 1월 8일 오전 10시 5분…. 왜 몇 분까지 기억하는 줄 아세요. 불제자로 인과(因果) 속에 살아온 사람이라 염라대왕이 물으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다 왔다 대답하려고 했죠.”

1959년 해인사에서 명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일면 스님은 1993년 상담전화인 ‘자비의 전화’를 창설했고, 초대 군종교구장에 이어 현재 조계종의 사법부인 호계원 원장을 맡고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1994년 법장 스님이 창립한 생명공양실천회가 출발점이다. 법장 스님이 2005년 입적하자 이식 수술로 새 생명을 얻은 일면 스님이 자연스럽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일면 스님은 이사장 취임 뒤 지역과 종교에 관계없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찾아가 장기기증운동 포교사로 활동해 왔다. 조계종이 아닌 불교계 다른 종단의 스님들도 100명씩 단체로 기증 등록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단체는 장기기증은 물론이고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치료비 지원, 자살 예방을 위한 치유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장기기증은 현재까지 4만2000여 명, 조혈모세포는 3만3000여 명의 등록을 받았다. 등록자와 후원회원을 합한 회원은 취임 당시 2000명에서 14만 명으로 늘었다. 이 단체는 11월 11일 서울 부암동 하림각에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일면 스님은 “누구나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장기기증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인연이 닿아 제가 새 생명을 얻은 만큼 하루하루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면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고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