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지켜주지 못한 내가 죄인”
“아이가 남겨 놓은 글을 통해 아빠에 대한 증오를 발견하고 제가 죄인인 걸 알았습니다.”
2011년 모친을 살해하고 8개월간 시신을 방치한 지모 씨(21·범행 당시 18세)의 부친(55)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 나와 이렇게 자책했다. 간담회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아동학대에 관한 책 ‘우리는 모두 아이였습니다’를 공동 저술한 것을 계기로 아동학대 피해자 가족 등과 아동학대 예방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들 지 씨는 부모의 별거로 아버지와 따로 살던 상태에서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범행을 저질렀다. 현재는 수감 중이다. 부친 지 씨는 “아이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내가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이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아이가 때론 자신의 손을 보면 끊어버리고 싶다고 한다”며 “듣는 아빠로서는 내가 죄인인데 어떻게 애가 평생을 고생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또 “누가 뭐라고 손가락질하든 나는 아무 변명을 할 수 없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며 죄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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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영이는 다른 건 전혀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데, 자신이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라는 게 알려지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며 “6년 후에 조두순이 출소하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앞으로 열심히 아이를 위해 노력하겠으니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