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두 표정] 실종자 가족 포함 40여명 참석… 관광객 2만여명 찾아 모처럼 활기
진도에선… 상생의 손잡고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의 가족 40여 명은 25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에서 열린 제5회 진도꽃게한마당잔치 개막식에 참석해 어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격려했다. 진도수협 제공
25일 오후 5시 개막식에는 어민들의 초청을 받은 희생자 실종자 가족 40여 명이 참석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 황모 씨는 인사말을 통해 “군민들이 참고 견뎌주고 어민들이 수색작업에 도움을 주신 점에 감사한다”며 “이 축제는 실종자 희생자 가족에게도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아주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씨가 인사말을 할 때 한쪽에서는 세월호 참사 기억이 떠올랐는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개막식 이후 어민들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꽃게를 대접했다. 실종자 가족 대변인 배의철 변호사는 “군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실종자 가족들이 모두 축제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진도 어민들은 지난해 6∼8월 120억 원어치의 오징어를 잡았지만 올해는 10억 원어치밖에 잡지 못했다. 꽃게도 문제다. 진도는 전국 꽃게 어획량의 25%를 차지하지만 kg당 가격은 지난해 1만8000원 선에서 크게 떨어진 1만3000원 수준이다.
이런 절박함 때문에 진도 어민들은 고심 끝에 꽃게축제를 열기로 결론을 내렸다. 어민들은 8월부터 꽃게축제 개최 문제를 논의하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도 어민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덕분인지 축제에는 2만여 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김상호 진도수협 조합장은 “올해 꽃게축제를 찾은 관광객이나 판매량이 평년보다 많다”며 “아직 어려움이 있지만 상생을 통해 작은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진도 군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도로 불법점거한 대책회의, “靑으로 가자” 경찰과 몸싸움 ▼
폭력 휘두른 시위자 연행 소식에… 유가족 40명, 경찰서 몰려가기도
광화문선… 다시 격해진 시위 청와대로 행진하려던 시위대가 경찰에 가로막히자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가족 10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광화문광장에서 연 ‘세월호 추모 문화제’에 참석했다. 오후 8시 55분경 사회자가 “모두 일어서서 유가족과 함께 청와대로 가자”고 하자 유가족들이 앞장서서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 총 400명(경찰 추산)이 신고되지 않은 장소에서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그러자 유 대변인은 마이크를 잡고 “뚫린 곳으로 가겠다”며 차도로 향했다. 시위대는 단체로 세종문화회관 앞 차도에 뛰어들었고, 달려오던 버스와 차들이 갑자기 멈춰서면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차도에 뛰어들어 시위대를 인도로 내몰았다. 시위대는 “왜 우릴 가로막느냐”고 반발하며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이 불법행위를 채증하자 “야! 찍지 마 개××야” “카메라 부숴버리겠다”는 험한 말도 내뱉었다. 경찰이 해산명령을 하자 “서장 나오라”며 반발했다.
유 대변인과 오 씨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이 의심되지만 유가족이라 (체포에) 신중을 기해 잠시 격리한 것이고, 사법처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에게 폭행을 벌이던 시민 김모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연행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32기동대장은 이날 시위대를 막다 부상을 당해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시위대는 인도 쪽으로 내몰린 뒤에 정부서울청사 옆 차도를 점거했다. 경찰이 총 7차례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야유하며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에서 담요와 물, 핫팩을 조달해 와 연좌 농성을 하며 경찰에 “우릴 잡아가라”고 외쳤다. 유 대변인은 “공권력은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불법 공권력에는 마땅히 항거해야 한다”며 “정당한 공권력이라 생각하면 우릴 다 잡아가면 되는데 그걸 확신 못해서 유가족을 못 잡아가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 “공권력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적용돼야 하니 우리에게도 같이 적용해주길 명령한다”고 외쳤다.
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