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올 3분기 실질경제성장률(잠정치)이 전(前)분기 대비 0.9%, 전년 동기(同期) 대비 3.2%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3분기 수출도 전분기보다 2.6%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5년 9개월 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설비투자도 줄었다. 수출과 투자 부진 여파로 3분기의 제조업 성장률은 ―0.9%로 5년 반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쳤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기아자동차 영업이익도 격감해 산업계의 ‘공포의 3분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낮은 한국에서 경제를 이끌어온 핵심 원동력인 제조업과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은 충격적이다. 일본 엔화 약세와 중국의 성장 둔화 같은 외부 변수 탓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최근 몇 년간 세계 각국이 자국의 제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 것과 달리 ‘배 아픔의 정서’를 부추긴 대기업 때리기와 공허한 경제 민주화 논쟁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본격적인 경기 회복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정치권에 호소했다. 정부와 한은은 수출기업이 당면한 최대 악재인 ‘엔화 약세-원화 강세’ 흐름에 제동을 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국회에서 잠자는 경제 살리기 법안을 계속 깔아뭉갠다면 국민의 지탄이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