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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박물관장 창고서 도굴 지석 558점 와르르

입력 | 2014-09-29 03:00:00

전국 93개 묘지서 파낸것 사들여
대부분 조선시대 것… 70대 관장 입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 매매업자를 통해 지석(誌石) 수백 점을 구입해 이를 경기 성남시 수장고에 은닉해 온 혐의(문화재보호법상 취득 은닉)로 서울 소재 모 사립박물관장 권모 씨(7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무덤에 묻는 지석은 죽은 자의 신분과 일대기 등이 기록돼 있어 당대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이번에 회수한 지석 558점은 전국 93개 묘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대부분이 조선시대 것이다.

권 씨는 2003년 6∼8월 문화재 매매업자 조모(65), 김모 씨(64)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총 3300만 원을 주고 지석 379점을 샀다. 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179점을 구입해 총 558점의 지석을 올 6월까지 타인 명의로 된 수장고에 숨겼다. 권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구 목적으로 취득했다. 장물인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해당 지석들이 전시 등 학술적 용도로 쓰인 적이 없는 데다 문화재 전문가인 권 씨가 땅속에 묻힌 지석이 도굴품인지 몰랐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그를 검거했다. 조, 김 씨는 문화재보호법상 장물알선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공소시효(당시 7년)가 지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