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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창의력 돕는 여중생… 경로당 봉사 탈북고교생…

입력 | 2014-09-25 03:00:00

자원봉사대회 장관상 받은 중고생 4人의 ‘봉사 노하우’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이 주최한 청소년 자원봉사대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원외고 진은서 양, 한겨레고 박천강 군, 북일고 이서호 군, 상원여중 김민성 양.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평범한 고등학생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과 한국중등교장협의회가 자원봉사활동을 실천하는 모범 중고교생을 발굴해 격려하는 제16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장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진은서 양(17·대원외고2)과 김민성 양(15·상원여중 3)이 교육부장관상을, 이서호 군(17·북일고 2)과 박천강 군(18·한겨레고 3)이 여성가족부장관상을 받았다. 》

○ 통역으로 자원봉사

서울 광진구 대원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진은서 양은 동갑내기 장애인 수영선수 김세진 군의 국제대회 통역을 맡고 있다. 선천적으로 두 다리와 오른손 손가락 3개가 없는 김 군은 MBC 다큐멘터리 사랑 ‘로봇다리 세진이’편을 통해 사연이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의 방송작가가 진 양의 어머니인 고혜림 씨. 어머니를 통해 김 군을 알게 된 진 양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평소 영어실력에 자신이 있던 진 양은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영어 때문에 고생한다는 김 군의 이야기를 듣고 통역을 자처했다. 중학생이던 2011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진 양은 대회 일정과 연습시간을 통보받는 코치미팅에 김 군 담당으로 처음 참석했다. 진 양은 “코치미팅에는 코치들과 전문통역가가 참석하는데 미성년자로 보이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며 “다들 전문가처럼 보이는데 나만 미숙한 것 같아 주눅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김 군의 도전을 그린 책 ‘로봇다리 세진이’를 영어로 번역했다는 진 양은 “능력이 있어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지레 봉사활동을 포기하는 친구가 많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고등학생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일대일 결연방식으로 도와

충남 천안시 북일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서호 군은 봉사동아리 콩고(CONGO)의 대표다. 콩고는 ‘함께’라는 스페인어 CON에 ‘가다’라는 뜻의 영어 GO가 합쳐진 단어. 콩고는 지난해부터 청소년 자활시설인 그룹홈에 봉사활동을 나간다. 천안에 있는 10개 청소년 그룹홈에는 아동학대나 성폭력 등으로 상처받는 청소년 6명 정도가 한 팀으로 공동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부산 출신의 이 군은 북일고로 진학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 군은 “국제학부가 설치된 북일고가 마음에 들어 천안으로 진학했다.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낯선 곳에서 적응하려니 떨렸고, 타지에 적응하고 싶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봉사동아리를 만든 동기를 설명했다.

봉사동아리 콩고는 일대일 결연방식을 통해 그룹홈 청소년들을 돕고 있다. 이 군은 “그룹홈 아이들에게 참고서로 공부도 가르치지만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군은 자신과 결연하고 있는 그룹홈 청소년을 돕기 위해 제빵기술을 배웠다. 최근 자신의 결연 청소년이 제빵기술사 실기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는 이 군은 “그룹홈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장애인에게 창의력 교육봉사

경기 성남시 상원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성 양은 지난해 초등학생 동창생 4명에게 장애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창의력 교육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김 양은 “장애인을 돕는 복지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지원했는데 그때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집 청소나 짐 정리만 했다”며 “장애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좋아하는 적성과 끼도 발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양은 봉사활동 동아리에 ‘반딧불이놀이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반딧불이라는 이름에는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살리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들은 성남에 위치한 하늘달팽이작은도서관에서 장애인, 일반인 아동들과 함께 어린이도서를 읽고 감상을 나눈다. 어린이도서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을 읽고 촉감만으로 호기심 상자 안의 물건을 알아맞히게 한다거나 ‘비 오는 날’을 읽고 일본 전통인형인 ‘테루테루보즈’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등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활동도 병행한다. 방학에는 ‘과학아 놀자’ 시간을 통해 과학과 관련된 활동, 게임, 실험, 퀴즈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 양은 “지난해 5명에서 올해 10명으로 봉사동아리 인원이 늘었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은 한 사람이 주는 것보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탈북자에 대한 인식 바꾸고 싶다”

한겨레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천강 군은 탈북청소년이다.

13세 때 한국에 온 박 군은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대한 반발심이 컸다. 한국에 와서 ‘중2병’에 걸렸다는 박 군은 게임중독에 빠져 의붓아버지와 갈등도 겪었다. 박 군은 부모와의 갈등 끝에 집을 떠나 기숙사학교에 들어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박 군이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겨레중고교로 진학했던 이유다. 그곳에서 박 군은 자신처럼 주변의 편견과 눈총에 불만을 품은 다른 탈북청소년들을 만났다.

사회에 대한 불만만 가득했던 이들은 고교에 진학하면서 도전을 시작했다. “탈북자에 대한 시선을 바꿔보자”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동아리에 14명의 고교생이 모였다. 이들은 주민센터나 경로당에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점점 주변 어른들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봉사활동의 보람도 커져갔다. 박 군은 “갈등이 풀리면서 우리 스스로도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로부터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베풀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군은 해외봉사에도 눈을 돌렸다. 라오스에 저수지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박 군은 해외 봉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교 앞에서 텃밭 농사를 하고 있다. 박 군은 “규모가 큰 봉사활동을 통해 탈북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