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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잠룡’ 중국남자축구, 턱걸이 16강 진출

입력 | 2014-09-25 06:40:00


북한에 완패…파키스탄전 1-0 진땀승
자국 언론 조차 “축구에선 희망이 없다”

중국은 전통의 스포츠강국이다.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신흥부호들도 많지만, 각종 국제스포츠무대에서의 실적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일각에서 ‘중국체전’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종목을 불문하고 중국의 힘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메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도 한 가지 수치스러운 콤플렉스가 있다. 바로 남자축구다. 한때 초강세를 보이던 여자축구도 급격히 쇠퇴하는 분위기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동안 중국남자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딱 1개의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1974년 테헤란대회를 시작으로 빠짐없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대부분 좌절만 겪었다.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 중국은 한국을 1-0으로 꺾은 우즈베키스탄과 결승에서 격돌했지만, 2-4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4년 전 광저우대회에서도 한국에 0-3으로 완패하는 등 그동안 망신만 당했다.

그렇다고 축구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자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2013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평정하는 장면을 통해 비주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A대표팀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등 꾸준한 애정과 사랑을 주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2002한일월드컵을 제외하고 번번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남자축구의 전력 향상을 직접 언급할 정도다.

중국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마주치는 중국 기자들은 “축구에서 메달 확보는 불가능하다”, “희망이 없다”며 자조 섞인 표현을 해도 내심 남자축구에서도 ‘대국(大國)’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뿌리 깊은 패배의 그늘은 인천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조별리그(F조) 1차전에서 항상 ‘속국’ 취급을 해온 북한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0-3 참패. 이어진 파키스탄과의 2차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구촌 여기저기 대규모로 몰려다니며 남다른(?) 단결의식을 보여주고 하는 중국 기자 40여명이 화성종합경기타운에 운집해 목청껏 “짜요(힘내라)”를 외쳤음에도 고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이들의 표정에선 침울함과 안타까움, 아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벼랑까지 몰렸다가 턱걸이로 16강에 오른 중국은 25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태국과 격돌한다. 8강 진출 여부를 떠나 중국남자축구는 여전히 ‘잠룡(潛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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