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경질… 급박한 사정 있는듯 여권 “국제특별전형 비리 연루說”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전격 사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선 사실상 ‘경질’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출국에 앞서 서둘러 사표를 수리했다는 점에서 사표 수리를 뒤로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는 의미다.
○ 검찰 수사 임박했나
여권에선 송 전 수석의 사퇴 배경을 놓고 서울교대 총장 시절 학교 부설기관인 평생교육원이 운영한 ‘1+3 국제특별전형’과 관련한 비리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1+3 전형은 수능, 토플 성적 등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1년간 교양·어학 수업을 들은 뒤 연계된 해외 대학에서 3년 동안 교육을 마치면 해외 학위를 받는 유학프로그램. 연간 2000만 원대의 비싼 학비에도 쉬운 유학 코스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자 국내 대학들은 잇따라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이 유학원으로부터 일종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송 전 수석이 총장 재직 당시 평생교육원이 급격히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운영업체 등과 뒷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송 전 수석은 16일 교육문화수석 임명 뒤 처음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업무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지인들에게도 최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면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이후 만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송 전 수석이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사표를 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 감사를 비롯한 사정 라인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버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이 “개인적 문제”라고 귀띔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문제 등 교육 분야 갈등 조정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문책성 인사라는 주장도 있으나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지난달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4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던 모습. 동아일보DB
○ 계속되는 ‘미스터리 인선’
아직까지 송 전 수석의 사퇴 이유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청와대는 “개인적인 문제”라며 브리핑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찰 수사와 같이 어떤 방식으로든 공개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송 전 수석의 사퇴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 인사’로 남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7월에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 도중 남측 수석대표가 바뀌기도 했다. 당시 통일부는 “당초 인사 계획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회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인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9일 만에 중도 사퇴해 논란이 됐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