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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서 이로울게 없다” 훈풍 부는 한중일

입력 | 2014-09-19 03:00:00


2년간 얼어붙었던 한국 중국 일본 3국 사이에 외교 훈풍이 불고 있다. 한일 정부 간 접촉이 활발해졌고 중일 사이에도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외교가에서 언급되고 있을 정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2012년 8월)과 일본 정부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선언(2012년 9월) 이후 한일, 중일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대화도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정치 갈등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이로울 게 없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진지한 대화 분위기가 모처럼 고조되고 있다.

18일 낮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외무성 1층 로비. 4년 만에 열린 한일 문화외교국장 회의를 끝낸 김동기 한국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이 “내년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행사를 정부 차원에서 준비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일 정부 고위인사 간 대화는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달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일 외교장관이 11개월 만에 양자회담을 열었다. 다음 달 1일 도쿄에선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일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열린다. 한국 정부가 ‘역사 문제와 다른 문제들을 분리 대응한다’고 결정한 이후의 흐름이다. 단, 한일 정상회담은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일 사이에서도 화해 모드가 감지된다. 기타가와 가즈오(北側一雄) 공명당 부대표는 17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중 여당교류협의회가 10월에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사되면 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일본 측은 11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중일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훈풍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달 초 실시된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동아시아 외교를 중요시하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중의원 의원을 각각 자민당 간사장과 총무회장으로 앉혔다. 두 사람은 각종 회견에서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자민당 내 보수우익 인사들의 고노담화 무력화 시도를 무마하고 있다. 올 들어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은 11월 APEC 정상회의를 안방에서 개최해 일본을 계속 배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시진핑 주석이 내년이면 집권 1기(5년)의 중반으로 접어드는 만큼 그동안 갈등으로 점철된 주변국 외교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PEC 정상회의 때 중일 정상이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무르익고 있다. 그렇지만 한중일 3국 중 어느 한 나라가 상대국을 자극한다면 이런 화해 모드도 종전처럼 험악한 관계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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