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은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해설위원이 된 뒤 첫 일정이었다. 마침 이날 고려대 후배 이승현(22)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같은 고려대 선배로서 역시 1순위 지명을 받았던 현주엽은 감회에 젖었다.
그는 화려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첫 시즌에 신인 최초로 트리플더블(3개의 공격부문에서 10점 이상 올리는 것)을 이뤘다. 약 10년간 코트 위의 전성기를 누리며 태극마크도 달았다. 2009년 부상으로 은퇴한 뒤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오랜만에 농구장에 왔더니 고향에 온 것처럼 설렌다"며 웃었다.
현주엽은 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아경기에 대한 기대도 남달랐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현주엽은 결승전 4쿼터 막판 동점골을 터트리며 남자농구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상무 소속이던 그는 금메달을 따고도 계속 군복무를 했다. 당시에는 조기제대 규정이 없었다. 그는 웃으며 "엄청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농담으로 그 때를 추억했다.
현 대표팀이 12년 만의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금메달을 딴 건 농구선수 생활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후배들도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현주엽의 목표는 "따뜻한 해설자"다. 최근 독설이 인기를 얻는 유행에는 편승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선수입장에서 어떤 플레이를 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식의 애정 어린 해설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먼저 선수로 뛰어본 선배만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점을 토대로 따뜻한 해설을 하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