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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되는 195cm 슈터, ‘제2 추승균’ 반짝반짝

입력 | 2014-09-16 03:00:00

대학농구 고려대 우승 공신 문성곤, 이승현 졸업하면 어엿한 에이스




“리바운드 몇 개예요? 가로채기는요? 도움은 몇 개죠?”

대학농구 최고의 공격형 슈터로 꼽히는 고려대 문성곤(21·3학년·사진)은 경기가 끝나면 항상 취재진에게 자신의 기록을 묻는다. 다재다능한 공격력을 갖췄지만 득점에는 별 관심이 없다.

7일 고려대의 우승으로 끝난 2014 대학농구리그 챔피언전 3차전이 끝난 직후에도 문성곤은 우승의 기쁨을 뒤로한 채 기록지를 찾았다. 이날 문성곤은 라이벌 연세대를 맞아 3점 슛 5개를 포함해 21점을 올리며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리바운드 10개 맞죠? 도움 4개, 가로채기 4개? 아! 대만족이에요.”

이날도 문성곤은 리바운드와 가로채기 등 궂은일에 많은 신경을 썼다. 일단 수비에 전념한 뒤 3점 기회가 나면 자신 있게 던졌다. 연세대의 빠른 공격을 막기 위해 2쿼터 고려대가 장기인 ‘3-2 드롭 존’ 지역 방어로 수비를 바꾸자 문성곤은 수비의 꼭짓점에서 연세대 가드진을 압박했다. 195cm의 장신인 문성곤이 긴 팔을 활용해 패스 흐름을 끊자 연세대 공격은 주춤해졌다. 문성곤은 수비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했다.

문성곤이 궂은일에 재미를 붙인 건 지난해 국가대표팀을 다녀와서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이 이끈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뽑히면서 수비 기량이 한층 좋아졌다.

팀의 대들보 이승현(22)이 올해 말 프로에 진출하면서 문성곤은 고려대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심이 됐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도 “이제는 성곤이가 에이스”라고 선언했다.

문성곤의 성장은 한국 농구에도 반가운 일이다. 국제대회에선 문성곤과 비슷한 높이와 기량을 갖춘 선수가 절실하다. 추승균 현 KCC코치와 국가대표 슈팅 가드인 조성민(31·KT)은 문성곤의 ‘롤 모델’이다. 특히 조성민은 문성곤에게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다. 문성곤은 “성민이형이 많은 도움을 주시는데 아직 제 능력이 모자라 똑바로 형의 눈을 쳐다볼 수 없다”며 “개인보다 팀에 보탬이 되는 소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 10개 구단은 내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가 유력한 문성곤의 변신을 주목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