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원더스 독립야구단.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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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이 눈에 밟힌 김성근 감독
갈곳없는 선수 40∼50명 데려온 가치 몰라줘
테스트 지원한 120명에게는 기회조차 막아
패자부활 아닌 패자로 끝난 것 같아 안타까워
“이제 저 아이들을 어떡하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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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소식이다. 구단 관계자들도 아침까지 몰랐다는데.
“며칠 전에 구단주(허민), 단장(하송)과 얘기를 나눴다. 아마도 3명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구단주가 팀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동안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고 작년부터 갈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팀 해체 결심을 한 것 같다. 팀이 유지될 수 있다면 내가 계속 감독을 맡겠다고 했지만 구단주 결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구단주에게는 자식 같은 팀인데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마음이 착잡할 것 같다.
“아침에 미팅을 하니까 선수들도 오늘부터 훈련을 시작하기 때문에 모인 줄 알았을 것이다. 단장이 (팀 해체를)얘기하면서 울먹거리고, 나도 얘기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어떻게 이 팀을 만들어왔는데…. 난 이번에 13번째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것인데 팀 해체와 함께 나가는 것은 처음이다. 그게 가장 슬프다. 쌍방울 때도 팀 해체 몇 개월 전에 내가 잘렸고, 기업은행 시절에도 내가 나가고 2년 후에 팀이 해체됐다. 나 혼자 잘려나가는 거는 아무 상관없다. 여기 선수 45명에, 코치 10명, 구단 직원들까지 다 함께 나가야하는 게 슬프다.”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면 야구계도 큰 손실인데.
“매년 신인드래프트에 700∼800명이 나오는데 그 중 프로에 몇 명이나 가나. 선택되지 못한 선수 40∼50명을 고양 원더스가 데리고 왔다. 야구계가 그 가치를 왜 몰라줬나 싶다. 야구인 입장에서 고양 원더스 해체는 아주 슬픈 일이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에 슬픈 일이다. 이번에 테스트를 한다니까 120명이 지원을 했다. 그 선수들에게 테스트할 기회조차 못 줘 안타깝다. 들어올 아이들 길까지 막아버린 것 같아서.”
-고양 원더스는 패자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대통령 후보 2명이 이곳을 방문해서 여기처럼 패자가 부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패자부활이 안 되고 패자로 끝난 것 같아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며 도전했는데 야구가 그것을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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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지 않았나. 허허. 별의 별 소문이 다 돌아 내 귀까지 들리더라. 그런데 분명한 건 지금까지 프로팀과 접촉이 전혀 없었다. 난 허민 구단주한테 여기 남겠다고까지 말했다. 지금은 프로 팀 감독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김응룡 감독을 보니 괜히 고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문만 믿다가 나중에 나만 상처를 받는다. 선수들 한 명 한 명 만나서 면담을 해봐야겠다. 어떻게 살길을 찾아야할지…. 구단에서 11월까지 코치와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때까지 훈련장소를 제공하고 훈련비도 지원해준다고 하더라. 고마울 따름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