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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여고생 “학교폭력 당했다” 유서 남기고 자살

입력 | 2014-09-02 15:29:00


여고생이 '학교폭력을 당해 괴로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일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전 6시경 울산 북구 매곡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경북 경주 모 고등학교 1학년 김모 양(17)이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아파트 10층에 사는 김 양의 방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김 양이 집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양은 A4용지 2장에 각각 가족과 친구들에게 유서를 남겼다.

김 양은 친구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학교 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김 양은 유서에 폭력을 휘두른 친구 4명을 언급하면서 '너희 때문에 많이 힘들고 울었던 게 이제 없어질 것 같다'라고 썼다. 또 '주먹이라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 숨쉬기가 많이 힘들더라' '나를 때리려고 부른 거야?' '은근슬쩍 머리 넘겨주는 척하면서 때리고' '너 때문에 우울증 걸리는 줄 알았어' 등 폭행 피해 사실이 적혀 있다. 김 양은 또 '1학년 애들 상담해보면 너 신고 진짜 많을걸. 애들 상처주지 마. 다 너한테 돌아오게 돼 있어'라고 적어 다른 피해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경찰은 이 학교에서 폭력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양은 유서에 언급된 같은 학년 4명과 함께 친하게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0일 오전 친구들이 김 양에게 "모이자"고 연락했지만 김 양이 "집에 있다"며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김 양은 당시 집이 아닌 친구 집에 있었으며, 이 사실을 안 친구들이 지난달 30일과 31일 오후 김 양을 불러내 "거짓말 했으니 한대씩 맞아라"며 주먹으로 폭행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 양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귀가해 곧바로 자신의 방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경찰은 폭력 가담 학생들을 소환해 정확한 폭력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양이 다니던 학교 관할인 경주경찰서는 이 학교 전교생을 상대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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