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4급인 아버지(85)는 기저귀를 찬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지난해 9월 알츠하이머성 치매, 당뇨, 고혈압 등으로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였다. 아버지는 기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돼 스스로 대소변조차 처리할 수 없었다. 저녁에는 병동을 배회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기저귀를 뜯고 소변줄을 제거하려고 하기도 했다.
딸 이모 씨(44)가 병실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간병인의 도움으로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씨가 병실을 나서자 아버지는 "집에 가겠다"며 기저귀와 소변줄을 제거하고 침상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그러자 간병인은 아버지의 손목을 신체 억제대로 침대에 묶었다. 의사나 간호사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도 받지 않은 채였다. 이 씨는 병실에 돌아와 이를 발견했고 왜 마음대로 손을 묶었느냐며 항의했다. 간병인은 그제야 강박을 풀었다. 이 씨는 간병인의 행위가 인권침해라고 생각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신체 억제대는 환자가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등 문제행동을 할 때 이를 제한하기 위해 최대한 짧게 사용하되,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