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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중도파 “장외투쟁은 의회민주주의 포기”

입력 | 2014-08-27 03:00:00

[세월호법에 막힌 政局]강경파에 끌려가는 제1야당




첫 분리 국감 무산 여야 합의로 26일부터 열흘간 실시하기로 했던 첫 분리 국정감사의 1차 국감이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무산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마련된 국정감사장에 비치된 책상 등 집기들을 직원들이 정리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다시 장외로 나갔다.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새누리당의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를 놓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당사를 친 지 1년 만이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경파의 반발에 부닥쳐 극한투쟁을 선택한 결과다. 중도·협상파들은 “당인지, 시민단체인지 모르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공개 행보를 자제해온 중도·협상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청와대 앞에서 규탄결의대회 연 제1야당


박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은 오전 10시 국회 본관 계단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진실 규명을 위한 요구에 응답할 때까지 유족과 국민 옆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오전 11시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결의대회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은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유민 아빠(김영오 씨)를 만나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의원들은 문재인 의원이 단식 농성 중인 광화문광장을 찾아 문 의원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의원은 “유민 아빠가 먼저 단식을 멈춰야 한다”며 거절했다. 박 원내대표는 입원 중인 김영오 씨를 찾았다.

25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한 새정치연합은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8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장외투쟁만 강조했다가는 ‘민생은 뒷전’이란 비판에 직면할 것임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병행투쟁이란 단어를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점은 장외투쟁에 쏠릴 수밖에 없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8월 국회 일정이 올스톱돼 국회 내에서 할 일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 중도파 “정당과 재야 시민단체는 달라”

중도·협상파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성명 겸 연판장을 돌렸다. 김동철 김성곤 김영환 민홍철 박주선 백군기 변재일 안규백 유성엽 이개호 이찬열 장병완 주승용 조경태 황주홍 의원 등 15명이 주도했다.

이들은 “재야 시민단체와 민주당(새정치연합)의 역할과 선택이 동일할 수 없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권한이자 의무”라며 의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작년 여름 당내 강경 여론의 압력을 못 견디고 석 달 열흘간 철야 노숙해서 얻은 게 무엇이었나” “우리가 제안했던 분리 국정감사를 파행시키며 시작한 이번 장외투쟁은 ‘의회민주주의 포기’로 기록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당내 강경파를 공개 비판한 것이다.

황주홍 의원은 “‘투쟁 정당 이미지를 벗겠다’던 박 원내대표의 굳고 빛나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맹세가 차디찬 티끌이 돼버렸다”며 “대한민국 개조와 우리 당 개조, 어느 일이 더 실현 불가능할지…”라고 쓴소리를 했다. 박주선 의원은 “내가 만난 국민들은 모두 ‘세월호 정국을 끝내라’고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유성엽 의원은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출구 전략 마련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3군사령관(대장) 출신인 백군기 의원은 “내 주위엔 ‘세월호를 빨리 정리하라’는 목소리가 95%”라고 했고,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변재일 의원은 “국민의 공감이 뭔지 생각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부산 지역 대학생들은 문 의원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분노정치가 아닌 민생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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