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갑식 기자의 뫔길]교황의 행보가 ‘할리우드 액션’일까요?

입력 | 2014-08-22 03:00:00


동전과 크기를 비교한 교황 서명.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 수행단의 설명이다.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14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천주교 주교단과의 만남이 있던 서울 광진구 주교회의. A3 용지 크기의 방명록에 남긴 교황의 ‘깨알서명’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 직원이 동전과 자를 옆에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2cm 남짓, 100원짜리 동전 지름과 비슷한 길이였죠. 또 다른 직원은 “연예인이나 유명인과 달리 번쩍하는 후광, ‘아우라’가 안 느껴졌다”며 “낯선 사람이 아니라 이 건물에서 오래 함께 있던 분 같았다”고 전합니다.

#꽃동네에서 교황을 만난 청주교구 이현로 신부의 경험도 있습니다. “교황께서 장애인들을 계속 축복하며 포옹했는데, 마지막에는 교황께서 아이들을 안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푹 안기는 느낌이었죠.”

18일 출국한 교황이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다가서 손을 잡고,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화제를 넘어 충격이 됐습니다.

궁금증이 생깁니다. 불경하게 들리겠지만 교황의 행보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의미의 ‘할리우드 액션’일까요? 축구에서는 이럴 경우 심판을 속여 페널티킥을 얻으려는 것으로 판단되면 옐로카드를 받을 수도 있죠.

교황의 20년 지기로 최근 만난 아르헨티나 문한림 주교의 증언입니다. “교황은 이전 추기경 시절과 달라진 게 없어요. 20대부터 빈민가를 찾은 교황은 항상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불가사의한 것은 그 바쁜 시간에도 틈을 내 전화를 걸거나 직접 쓴 편지로 답한다는 겁니다.”

단 하나, 달라진 점도 있답니다. 그것은 웃음입니다. 문 주교는 “추기경 시절 저렇게 환하게 웃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은퇴하려고 양로원 방까지 정해놓고 콘클라베 갔는데 갑자기 ‘오너(하느님)가 회사 대신 맡아라’, 이러니 안 웃을 수 있겠나. 새 직분이 준 새로운 축복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할리우드 액션 여부는 교황이 그동안 삶에서 보여준 선의와 오랜 시간의 진정성이 있기에 무죄 아닐까요? 혹자는 가타부타 없이 경청해 “서로 내 편”으로 느끼도록 하는 교황의 행보를 가톨릭의 오랜 노하우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우리 사회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거나 목표를 얻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 넘쳐납니다. 한마디로 수(手)가 뻔히 보여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고개를 젓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고수(高手)의 출현을 기다립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