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바이크 협상 결렬 후유증은?
의미없는 중간브리핑으로 주도권 내줘
축구협회 협상 신뢰도·부담 극복 숙제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 감독을 영입하려던 대한축구협회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그로 인한 후유증도 작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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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브리핑은 왜 했을까?
계약이 불발되면서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계약이 성사됐더라면 ‘자신감’ 또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중간 브리핑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당시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협상단과 판 마르바이크 감독 간의) 충분한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에 브리핑을 이례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많은 축구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 K리그 구단들이 선수를 영입할 때도 프런트가 먼저 ‘우리가 이렇게 협상하고 있다’는 식의 발표는 하지 않는다. 확정이 아닌, 협상이 시작된 단계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며 “오해를 살 수 있어 발표했다고 설명했지만, 협상 주도권을 넘겨주는 등 여러 위험을 무릅쓰며 중간 경과를 굳이 알릴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축구협회는 중간 브리핑을 하면서 판 마르바이크 감독 측의 동의도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 관례상으로도 상당한 결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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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브리핑을 통해 특정인 한 명에게 ‘올인’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도 아쉽다. “우린 꼭 당신과 계약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할 순 있었지만, 협상 내내 판 마르바이크 감독 측에서 주도권을 쥐는 구도가 일찌감치 형성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개했던 우선협상 대상자와의 계약에 실패한 만큼, 향후 접촉할 2·3순위 후보들은 불쾌감을 지닐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누가 됐든 차기 대표팀 사령탑은 끝까지 ‘최적임자’가 아닌, ‘2순위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적어도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2015 아시안컵 전까진 새 사령탑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만 지체한 꼴이라, 향후 협상에서 초조함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까지 맞이하게 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