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시흥시, 29~31일 열리는 축제 준비 한창
쪼글쪼글 짭조롬한 서해바닷물이 들락거리는 ‘시흥의 콩팥’ 갯골. 육지의 생살을 비집고 구불구불 1.5km나 내륙 깊숙이 휘감아 돈다. 숭어 망둥어가 뛰어놀고, 백로 도요새가 정신없이 코를 박는다. 갈대밭엔 참게들이 두런두런 수다를 떤다. 저물 녘, 살짝 흔들거리는 갯골전망대(22m)에 오르면 노을에 붉게 물든 갯골과 염전이 어찔어찔 황홀하다. 사진은 지난해 갯골축제 무렵 전경. 시흥시청 제공
팔월 끝자리, 시흥 갯골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시흥갯골축제’다. 8월 29일(금)부터 31일(일)까지 사흘 동안 갯골생태공원은 시흥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왁자하다. 네팔 파키스탄 유학생들도 얼쑤! 덩더쿵! 어우러진다. 시화공단의 2만5000여 외국인 근로자도 어깨동무 한 식구다. 시흥에서 한 달만 살아도 모두 시흥시민인 것이다. 지난해엔 15만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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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밭 55년 경력의 김연순 씨(72)는 “바다 밑 120m 심층해수를 뽑아 소금꽃을 피우는데 한해 25∼30t 정도 생산한다. 업자들 소금은 묵은 바닷물을 써서 쓴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 소금은 향긋한 냄새에 단맛이 감돈다. 한때 이곳엔 42개의 소금창고가 있었을 정도로 대단했다. 옛날 하찮게 여겼던 퉁퉁마디(함초)가 요즘엔 당뇨와 소화 위장에 좋다고 소금보다 더 높이 친다. 참 별일도 다 있다”고 말했다.
‘소금이/바다의 상처라는 걸/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소금이/바다의 아픔이라는 걸/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흰눈처럼/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 눈물이 있어/이 세상 모든 것이/맛을 낸다는 것을’ (류시화 ‘소금’ 전문)
갯골축제 마스코트는 삼목어(三目魚)다. 눈이 3개 달린 물고기. 설화에 나오는 상상 속 물고기다. 이미 축제 한 달 전부터 시흥 17개 동에서 그 모형을 만들었다. 생김새는 제각각이다. 동네마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결과물이다. 만드는 소재도 마음대로. 축제는 30일 오전 11시 각 마을의 삼목어 퍼레이드로 시작된다. 국악연주단과 놀이패들의 풍악이 신나게 울려 퍼진다.
창고극장에선 인형극 ‘공룡엄마’가 공연되고, 해수풀마당에선 수중공연 ‘연풍연화’가 펼쳐진다. 시립여성합창단과 시립전통예술단의 무대를 비롯해 남미음악공연, 미2사단축하공연, 전국어쿠스틱음악제 등도 빠뜨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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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소래산(299.4m) 중턱 병풍바위엔 마애보살입상(약 14m)이 새겨져 있다. 둥근 얼굴, 부리부리한 눈(50cm), 큼직큼직한 입(43cm), 기다란 귀(1.27m)…. 장자풍의 시흥사람들을 닮았다. 그렇다. 시흥(始興)은 ‘맨 처음 크게 흥하는 고을’이다, ‘힘차게 뻗어가는 도시’다. 아니다. ‘시’민들이 ‘흥’겨운 땅이다. 시인들이 흥성흥성하는 동네다.
▼시흥은 서울-인천 문화 합류지점… 도·농·어촌 어우러진 한국 축소판▼
조개구이, 해물칼국수로 이름난 오이도가 바로 시흥시 품 안이다. 오이도는 지하철 4호선 종착역이기도 하다. 섬은 1994년 시화방조제(12.7km)로 안산 대부도와 이어졌다. 낚시꾼들의 발길이 붐비는 물왕(흥부)저수지도 마찬가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대책 없이 무너지는 ‘소래, 월곶’은 또 어떤가.
하늘길(인천공항, 김포공항), 뱃길(인천, 평택항)도 지척이다. 사통팔달 어디 하나 걸림이 없다. 농촌, 어촌, 시화공단 등 농·공·상 있을 건 다 있다. ‘대한민국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2018년 서울대 국제캠퍼스가 괜히 이곳에 들어서는 게 아니다. 그때쯤이면 인구가 70만 정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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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생태공원 찾아가기
서울외곽순환도로∼제3경인고속화도로 연성나들목∼39호국도(시흥시청, 안산 방면)∼동서로(월곶 방면)∼연성교차로에서 우측진출
▽왕만두 해물파전 왕홍두깨 손칼국수(031-403-5188) ▽오리삼겹정식 옛날쌈밥(031-403-7770) ▽보리밥 떡갈비 정통밥집(031-403-1765) ▽들정식 들꽃향(031-405-4054) ▽샤브샤브 소래버섯나라(031-431-3613)
시흥=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