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넘긴 원화강세로 기업 수출 둔화, 영업이익 추락… 한국경제 사면초가 해외투자 통한 외환수급 조절이 환율안정에 유용한 수단 금융도 서비스산업도 해외시장서 탈출구 찾아야
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
3년 전 11년 만에 모국을 찾은 손 회장과 오찬을 한 적이 있다. 필자가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해외 투자 확대와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던 때였다. 글로벌 사업비전을 노트북을 써가며 직접 설명하던 그의 열정, 국제 감각, 그리고 기업가 정신은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정보기술(IT)에 금융을 접목한 소프트뱅크라는 회사 이름이 보여주듯 우리 민족의 창의적 금융투자 DNA를 새삼 느끼기도 했다. 한중일 역학관계가 요동치는 오늘날 한국계 일본 기업인의 중국 투자 성공담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동북아 질서를 비롯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세계경제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출범 70주년을 맞은 브레턴우즈 체제 중심의 국제금융 패러다임도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외환경이 도전적일수록 경제 영토 확장과 해외 투자 확대가 국가경쟁력의 버팀목이다. 정부와 민간 모두 폭넓은 안목과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해야 나라의 생존과 도약이 가능하다.
환율 안정의 유용한 수단이 해외 투자를 통한 외환 수급 조절이다. 최근 이슈가 된 사내유보금의 경우 미래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우선이며 정책의 초점도 투자 활성화에 맞춰야 한다.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이 당면과제지만 국가든 기업이든 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지속 성장이고 원화 강세 극복의 바른 길은 기초체력 강화다. 원고(高) 위기를 기술혁신, 연구개발이나 인수합병을 위한 국내외 투자 기회로 활용하고 의료산업 등 서비스 분야의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야 한다. 최근 파리바게뜨의 프랑스 파리 입성은 좋은 예다.
국내 금융 산업도 글로벌화가 살길이다. 은행 수익성이 전 세계 바닥 수준이고 자산 규모나 총수익 대비 해외 영업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상당수 신흥국보다 뒤처진 글로벌화 수준으로 보험 증권 분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개선, 사업구조 조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탈출구는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규제 혁파와 개혁 기조의 일관성 유지가 관건이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와 함께 증권 및 대체자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외화 수급 결정요인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연금저축이 늘어나면서 효율적인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저성장 저금리 체제하에서 수익성과 위험분산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해외 투자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국제경쟁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수년간의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산 비중이 아직 20%로 선진 연기금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내년에 500조 원, 10년 후 1000조 원 규모로 늘어날 국민연금기금은 수익률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 소진 시기를 8년이나 늦춰 재정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기금본부의 지방이전 계획 여파로 핵심인력이 떠나거나 우수인력 유치가 어렵다면 심각한 문제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치는 지금, 세계 주요 투자자 간 수익률 전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정보 네트워크와 전문 운용역량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 jun.kwangw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