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서 빌린 2250억 못갚아… 2005년 설립후 최대 위기 맞아 “상장중단 피해” LG 상대 손배訴… LG선 “배임 강요” 맞소송 나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재우 전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 등이 공동 설립해 토종 사모펀드의 대표로 꼽히는 보고펀드의 투자 실패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 하나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보고펀드가 2007년 LG실트론을 인수할 때 빌려준 인수금융 2250억 원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고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두 차례 만기를 연장해줬던 채권단은 만기일인 이날 보고펀드가 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보고펀드는 2007년 KTB 사모투자(PE)와 공동으로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우리, 하나은행 등 10개 금융회사로부터 인수금융 2250억 원을 빌렸다. 보고펀드는 당시 상장을 추진 중이던 LG실트론을 인수해 상장에 성공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보고펀드 1호’로 LG실트론에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직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데다 LG실트론이 엔화강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펀드 수익률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됐다. 결국 LG실트론이 지난해 179억 원에 이어 올해 1분기(1∼3월) 221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자 보고펀드는 투자금 회수는커녕 인수금융 이자도 갚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보고펀드가 LG실트론에 투자한 자체 자금은 22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보고펀드가 특수목적회사(SPC)를 별도로 세워 LG실트론에 투자한 만큼 이번 디폴트 위기가 보고펀드 전체의 손실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000억 원 규모인 1호 펀드 자금의 절반 가까이 투입된 LG실트론 투자가 실패하면서 보고펀드의 명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1호 펀드가 투자한 다른 기업인 동양생명, 아이리버 등도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LG실트론마저 투자 실패로 끝나게 돼 보고펀드에 투자한 연기금,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인수금융 ::
사모펀드 등이 자기자금 외에 금융회사에서 차입한 돈을 더해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 보통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기자금 50%와 인수금융 50%의 비율로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사모펀드가 많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민우·주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