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등장인물 총 1700명의 대하 역사소설… 류주현 ‘조선총독부’ 21년만에 재출간

입력 | 2014-07-24 03:00:00


1976년 집필실에서 작업하는 소설가 류주현과 최근 복간한 대하소설 ‘조선총독부’(아래 사진). 나남 제공

묵사(默史) 류주현(1921∼1982)의 대표적인 대하소설 ‘조선총독부’(전 3권·나남)가 재출간됐다.

이 소설은 월간 ‘신동아’의 1964년 9월호부터 1967년 6월호까지 34회 연재됐다. 당시 신동아의 주간은 역사학자 천관우. 그는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 직후 1936년 조선총독부가 강제 폐간했다가 28년 만에 복간한 신동아에 의미 있는 역사소설을 싣기로 하고 류주현에게 집필을 권유했다고 한다.

‘조선총독부’는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겪은 신산한 삶, 독립투사의 치열한 투쟁, 친일파 인사들의 행태, 조선 총독의 횡포를 그렸다. 연인 사이인 주인공 박충권 윤정덕만 가공인물이고 나머지는 고종, 김구, 안중근, 윤봉길, 이토 히로부미 등 실존 인물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총 등장인물은 1700여 명이며 주요 인물만도 100여 명이다.

집필 도중인 1965년 한일협정이 조인되면서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잡지가 나오면 일본 외무성이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해 유력 인사들에게 배포할 정도였다. 연재가 끝난 해에 신태양사가 5권 한 세트로 출간하자 5만 질이 팔려 베스트셀러 신화를 이뤘다. 일본 고단샤에서도 일본어판을 펴냈다. 이후 국내에서 1981년 서문당, 1993년 배영사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뒤 21년 만에 새로 선보이는 것. 신동아 연재 당시 김세종 화백의 삽화 30점도 함께 실었다.

이 책을 펴낸 나남출판의 고승철 주필은 “한일 문제의 슬기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참모습대로 알아야 한다. 광복절을 앞두고 한일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 소설은 뛰어난 역사 텍스트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