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機 미사일 피격]유라시아 구상에 악영향
지난해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국 국방장관 회담 등 각종 국방협력이 지연되자 러시아가 한국 측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외교소식통은 21일 “러시아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실행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장을 받고 있는 한-러 협력사업이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사건 이후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강화되면 한-러 양국의 협력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러시아 측은 대러 제재 국면에서 미국이 한-러 간 협력을 못마땅해하기 때문에 한국이 망설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러 국방회담은 올해 국방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됐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 성과가 없다. 이와 달리 업무보고에 함께 포함됐던 한-중 국방협력은 이달 국방전략대화 개최에 이어 한-중 국방장관 간 핫라인 설치 논의까지 진척된 상황이다.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에 한국 투자유치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했다가 이를 갑자기 취소한 뒤 중남미로 향한 것도 미국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인 가스프롬 등 핵심 기업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불황으로 신규 선박 주문이 급감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석유 수송과 북극 항로용 쇄빙 선박 발주는 국내 조선업계에 숨구멍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