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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닫힌 철문을 여니 추억의 영웅들이 짠!

입력 | 2014-07-21 03:00:00

부천 만화박물관 수장고를 가다




《 한국 만화의 수도, 경기 부천시엔 해마다 관람객 30만 명이 찾는 한국만화박물관이 있다. 관람객들은 1층부터 4층까지 만화영화상영관, 만화도서관, 만화역사관, 만화체험관을 둘러보며 만화의 재미에 흠뻑 빠진다. 그런데 박물관 지하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비밀 공간’이 있다. 한국만화유산이 숨쉬고 있는 국내 유일의 만화 수장고다.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웹툰 시대’를 맞아 올봄부터는 디지털 수장고 격인 웹툰 아카이브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만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날아라 슈퍼보드’ ‘달려라 하니’ ‘엄마 찾아 삼만리’ 원화. 만화가의 섬세한 그림 솜씨와 완벽을 위한 지우개질이 남아 있어 원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우라를 만날 수 있다. 수장고에 보관된 만화유산들은 박물관 전시나 단행본 복간을 통해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부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일 박물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만화 수장고를 찾았다. 지하에 내려가자 눈앞에 자동차 운전대 크기의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철문이 나타났다. 직원이 전자카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마지막으로 열쇠를 넣어 돌리자 비로소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안에는 마스크를 쓴 연구원들이 수술용 장갑을 낀 채 만화 원화를 스캔하고 있었다. 이 원고는 고 김종래 작가가 1958년 발표한 ‘엄마 찾아 삼만리’다. 이 작품 원화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작업실을 지나니 원고 수장대가 놓인 보관실이 나왔다. 육필원고 10만 장과 희귀 만화자료 8000여 권이 보관돼 있다. ‘엄마 찾아…’와 함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토끼와 원숭이’(김용환) 단행본,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 캐릭터 요철발명왕(윤승운), 달려라 하니(이진주),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도 있다. 이곳은 다른 박물관 수장고처럼 컴퓨터 시스템으로 365일 항온(20도) 항습(50%)을 유지한다. 외부 화재 때는 고성능 방화문이 막고, 내부 화재가 발생하면 하론 가스가 분출돼 원고 손상을 막는다. 수장고에서 만난 만화 캐릭터의 입을 빌려 추억을 더듬었다.

○ 돌아온 독고탁

“도망가는 피칭 따윈 하지 않겠어!” 안녕, 난 까까머리 둥근 얼굴 독고탁이야. 1976년 이상무 화백이 어린이잡지 ‘소년중앙’에 ‘우정의 마운드’를 연재하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어. 1980년대 ‘다시 찾은 마운드’, ‘달려라 꼴찌’는 프로야구와 함께 야구 열풍에도 일조했지.

이런 나도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어. 이 화백 작업실인 서울 마포 한 옥탑방의 박스 안에서 잠자고 있었거든. 원고 3만 장이 비좁은 곳에 갇혀 있다 보니 내 몸에 곰팡이가 피기도 했어. 그런데 지난해 11월 이 화백이 한국만화박물관 수장고에 나를 기증하면서 이곳에 왔지. 덕분에 9월 28일까지 박물관의 ‘이상무 기증자료 특별전-돌아온 독고탁’ 기획전으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됐어.

○ 나를 꼭 보셔, 저팔계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초’, 난 저팔계셔. 2011년 5월 허영만 화백이 기탁해 준 덕분에 여기 왔셔. 그때 으리으리했셔. 경찰차 호위를 받으며 문화유산 전문 운송 업체의 5t 무진동 트럭을 타고 왔셔. ‘식객’ ‘타짜’ ‘오! 한강’ 등 허 화백이 37년간 그린 육필 만화원고 15만 장도 함께셔. 허 화백도 우리를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하며 극진히 챙겼지만 여길 더 좋다고 판단하셨셔.

○ 보고 싶다 친구들아, 주먹대장

“주어진 힘 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겠다.” 김원빈 화백 덕분에 세상에 나온 1958년생 주먹대장입니다. 전 엄청나게 큰 주먹을 가지고 있어요. 2012년 12월 김 화백이 돌아가시고 유가족분들이 저를 이곳에 기탁했어요. 그런데 아직 여기 오지 못한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어디 있니? 라이파이(산호), 심술통(이정문), 꺼벙이(길창덕), 땡이(임창)도 만나고 싶어요.

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