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부추기는 허술한 관리감독
하루에 고금리, 연대보증, 채권추심 등과 관련된 민원이 6, 7건씩 들어오지만 현장점검을 나가고 조치를 취하기는 빠듯하기만 하다. 이 업체들의 영업실태와 광고를 점검하고 서울시, 금감원과 합동점검을 벌이는 것도 이들 몫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일이 과중한 데다 대부업체 성격상 업무가 거칠다 보니 담당자들이 1년 이상 버티지 못한다”며 “대부업체를 상시감독하는 건 사실상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법적 상한선을 넘는 살인적 고금리와 불법 채권추심 등 대부업체의 불법, 탈법적 영업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데에는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업 대출잔액 ‘10조 원 시대’가 열렸지만 이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정부가 서민들의 피해를 방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중 자산규모, 고객 수 등 일정 기준을 넘는 대형 대부업체 190개만 금감원이 감독을 위탁받아 직권검사를 하면서 위법이 적발됐을 때는 지자체가 처리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자체는 금융에 대해 잘 모르고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를 본인 업무영역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대부업체 관리감독 체계가 처음부터 제대로 안 잡히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턱없이 부족한 지자체의 감독인력 문제까지 겹쳐 관리감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등록 대부업체는 3482개나 되지만 25개 자치구의 대부업 담당직원은 26명, 보조직원은 27명에 불과하다. 서울시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직원 2, 3명이 평균 140여 개의 업체를 관리하고 있으며 다른 일을 겸임하는 곳도 약 70%에 이른다. 구로구의 경우 보조직원도 없이 담당자 1명이 대부업체를 비롯해 재해기업, 근로자복지센터, 노동조합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 공무원들은 대부업체에 대한 수사권이 없어 ‘겉핥기 조사’에 머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사권이 있어야 계좌를 들춰볼 수 있지만 지금은 대부업체가 제공하는 거래 내용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의 허술한 등록요건도 문제다. 현행법상 소액의 수수료를 내고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교육프로그램만 이수하면 지자체에 대부업 등록을 할 수 있다. 낮은 진입 장벽 때문에 개인이나 영세업체들이 앞다퉈 대부업 시장에 진출하면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재등록에 대한 규정도 없어 지자체로부터 등록취소, 폐업유도 등의 제재를 받은 업체가 다시 등록해 영업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차유정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박선영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