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訪日때 계획에 없던 하루짜리 깜짝 訪韓쇼 요구로 美무인기 구입 대가 지불 시진핑 조기訪韓에만 집착… 韓美日 관계 카드 中협상서 지렛대로 사용 못해 정권 빛내기 외교 아닌 국익 위한 외교를 보고 싶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유엔대사
고노담화 수정으로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나치당의 헌법 재해석을 모방하여 전쟁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천명한 일본으로 인해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자, 시진핑 지도부는 그 틈을 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끼고 방한했다. 서울대 강의에서 시 주석은 이순신 장군과 같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중국 등자룡 장군을 비롯해 백범 김구 선생까지 언급하며 두 나라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였다.
물론 당나라 이세민이 신라와의 합의를 깨고 설인귀를 평양에 주둔시킨 것과 임오군란, 갑신정변 때 위안스카이의 횡포, 그리고 6·25전쟁 개입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반대하고 기존 입장인 ‘한반도 비핵화’를 관철했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에 ‘카운터펀치’를 날리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 재해석, 집단적 자위권 행사 외에도 우리가 열강국을 대상으로 활용해야 할 북한 카드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납치자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북-일관계를 발전시키고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주석이 방한한 날 아베 총리는 대북송금과 북한인의 일본 입국 제한 및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을 완화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환영하고 대북 제재 해지를 수용했다.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 국장의 전략도 치밀했다. 북한은 일본의 규제 해제 발표 후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위부, 인민보안부, 인민무력부 사람들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북한의 진지한 태도와 아베의 의지를 보면 조만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연락사무소 설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말에 미얀마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3 회의 시 아베-시진핑 정상회담도 현실화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정상회담들이 성사될 경우 우리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쿨하게 대응하면서 우리의 계획을 차분히 이행해 나가면 된다.
조태영 외교부 차관이 ‘활동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것이 우리 외교의 핵심이다. 활동공간이란 독자적 입지 또는 옵션을 의미한다. 4월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 때문에 일본을 방문하고 한국은 방문할 계획이 없었다. 위안부 관련 일본의 입장을 미국이 지지한다는 메시지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강력히 반발하자 방일 기간의 하루를 빼서 방한했다. 우리는 마치 이것을 외교성과라고 여긴 듯하다.
부담을 느낀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을 미일 안보조약에 포함한다는 선물을 주었고 일본은 TPP에서 양보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결과적으로 부담은 한국이 안게 됐다. 미국 무인기를 구매하게 됐고 2015년 12월에 반환되는 전작권의 연장에 대한 협의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방한을 고려하지 않으면 차라리 그 시점에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면 시 주석은 한국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시 주석의 방한 전에 우리가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일본 미국과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한일 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 및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면 중국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가 작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외교활동 공간을 생각하지 않고 시 주석이 북한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한다는 성과에 급급했던 것 같다. 20, 30년을 내다보는 국익을 위한 외교보다 단기간에 정권을 위한 외교를 하는 인상을 준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유엔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