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법적 관행 대거 적발
자산운용사들이 개인 고객에게 기관투자가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펀드 관리는 소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투자자의 수익률 관리를 위해 불법행위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상당수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은 미신고 계좌를 이용해 주식 등을 거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5월 말부터 한 달간 86개 전체 자산운용사를 점검하고 7개 운용사를 현장에서 검사한 결과 업계 전반에 걸쳐 위법행위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점검 결과 자산운용사들은 같은 그룹 계열사나 기관투자가 등 ‘힘 있는’ 기관들에는 운용보수(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대신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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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를 많이 받는다고 개인고객들의 펀드에 신경을 써 준 것도 아니다. 자산운용사들은 모회사나 기관투자가로부터 지속적인 자금 유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가입한 펀드만 집중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개인고객 펀드는 상대적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또 ‘힘 있는’ 특정 기관의 펀드 수익률을 관리하려고 자산운용사에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증권사 브로커를 활용해 ‘채권파킹’ 등 불법도 저질렀다. 채권파킹이란 운용사가 구두로 증권사에 채권 매입을 요구한 뒤 펀드에 담지 않고 증권사에 맡겨두는(parking) 거래다. 채권가격이 오르면 운용사가 이익을 보고, 가격이 내리면 채권을 인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손실을 증권사와 펀드 가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운용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계좌를 회사에 신고하고 매매 내역을 통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미신고 계좌나 차명계좌로 주식이나 선물 등을 매매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의도적으로 매매 내역을 은폐했고, 일부는 펀드 운용정보를 활용해 선행매매를 하기도 했다.
펀드 가입 고객들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가입을 권유하는 펀드 불완전 판매도 여전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은행과 증권사 등 30개 금융회사 181개 점포를 대상으로 한 펀드 판매 미스터리쇼핑(암행감찰)을 실시한 결과 투자자 성향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권유하거나 인기상품의 수익률만 비교·설명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계열사 펀드임을 알리지 않고 단독 상품을 권유하거나 판매 보수가 높은 특정 펀드를 권유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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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금감원 부원장은 “미스터리 쇼핑을 검사와 연계해 (금융회사와 임직원을)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문제가 반복되는 회사는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