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에서는 이처럼 같은 줄거리를 가진 작품이 많습니다. 그런데 음악작품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이런 경우입니다. 1악장, 갈피를 잡지 못하는 공허의 표현으로 시작한다. 고통과 갈등의 순간이 지나간 뒤 슬픔과 평온이 교차하는 분위기로 끝난다. 2악장,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하지만 그리움이 배어 있는 춤곡. 3악장, 빠르고 파괴적인 주제가 제시되어 극적으로 고조되고 끝난다. 4악장, 한숨 쉬는 듯한 하행(下行)음계 속에 끝없는 슬픔으로 빠져든다. 사라지듯이 전곡이 끝난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1893년)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 비창교향곡이로군’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말러의 교향곡 9번(1909년)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곡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같은 동기나 주제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두 곡의 줄거리는 같은 청사진을 사용한 것처럼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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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임헌정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말러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합니다. ‘비창’ 교향곡을 좋아하지만 말러는 생소한 음악 팬이라면, 이 곡을 들으며 두 곡의 줄거리와 닮은 점을 음미해볼 만하겠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