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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산 지우개’ 마스체라노, 상대를 깔끔하게 지웠다.

입력 | 2014-07-10 15:36:00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현대축구는 수 싸움의 스포츠다. 감독은 11대 11의 한정된 선수들로 상대팀보다 효율적인 공격과 수비를 하기 위해 고민한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는 현대축구에서 그 역할이 너무 중요해지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애용하는 이른바 ‘게겐프레싱(상대진영에서 공격진부터 전진 압박)’의 대세론도 떠오르고 있지만, 역시 현대축구의 포메이션에서 수비의 일차 방어선은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몸싸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제공권, 미드필더라인의 조율 등 일차적인 수비의 역할이 수비형 미드필더의 주업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전술싸움인 현대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수비 후 본인부터 공격을 시작할 수 있도록 공격력 또한 갖춰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 중 하나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 바르셀로나)는 월드컵 무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여실히 보여줬다.

1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이 열렸다. 이날 마스체라노는 강력한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비록 아르헨티나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는 네덜란드 역시 득점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상대 공격진을 제압했다.

양 팀은 전, 후반과 연장전까지 120분동안 득점을 하지 못했고, 승부차기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결전의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는 로메로의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승부차기 스코어 4-2로 승리해 결승에 올랐다.

비록 MOM에는 승부차기서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27·AS모나코)가 선정됐지만 숨은 MVP는 단연 마스체라노였다.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마스체라노는 패스성공률 84%, 볼 터치 104회,태클 4회를 기록하며 아르헨티나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후반 막판 로번의 골키퍼 앞 슈팅을 몸을 날린 슬라이딩 태클로 차단한 장면은 단연 명장면이었다. 특히 로번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와 왼발 슈팅이었기에 더욱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센터백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에세키엘 가라이는 속수무책으로 뚫렸지만 ‘총알탄 사나이’ 로번을 끝까지 따라가 결국 실점을 막은 마스체라노에게 아르헨티나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강력한 대인방어와 수비능력으로 국내팬들에게 ‘마지우개’라는 애칭을 얻은 그는 상대 선수를 지운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를 포함해 총 6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한 마스체라노는 패스성공률 평균 90%, 평균 볼터치 100회, 태클성공도 평균 4.6회를 기록중이다.

더구나 그는 부상투혼까지 보이며 월드컵이란 무대가 얼마나 값지고 영광스러운 것인지 몸소 보여줬다. 그는 전반 25분 공중볼 경합을 벌이다 조르지뇨 바이날덤의 뒷통수에 머리를 크게 부딪혔다.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들것까지 투입된 아찔한 상황이었다. 마스체라노는 확인 결과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끝까지 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마스체라노의 투지 넘치고 용기 있는 활약에 아르헨티나는 지난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경기 직후 자국 언론 ‘테라토리오’를 통해 “두려움 없이 경기에 임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 경기에 인생을 걸었다.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고 밝혔다.

국내팬들은 이번 월드컵의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보며 ‘메시의 기적’과 ‘늪축구’라는 두 단어를 종종 언급하곤 한다. 흔히 ‘늪축구’라는 단어는 자신과 상대팀 모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끈적끈적한 플레이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월드컵 결승까지 오른 ‘아르헨티나식 늪축구’가 조롱거리가 아닌, 상대방에게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아르헨티나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스체라노가 증명했다.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이준태 동아닷컴 기자 nunt10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