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스포츠부 차장
박찬호는 2012년 11월 3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 동안 124승(98패)을 거둔 그는 일본을 거친 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나이는 어쩔 수 없었는지 한화에서는 5승(10패)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해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은퇴식은 60차례 있었다. 예외 없이 선수의 소속 구단이 마련했다. 박찬호의 은퇴 행사는 다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한다. 은퇴 행사를 처음으로 올스타전에서 하게 된 데는 지난달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건의가 발단이 됐다. 협회는 “첫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전 구단 선수들과 팬들이 모이는 올스타전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고 KBO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화와 박찬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공을 넘겨받은 KBO는 은퇴 행사의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많은 야구인과 팬이 반기고 있지만 자칫 올스타전이 은퇴 행사에 가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을 통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은퇴 행사까지 하게 됐다. 박찬호의 위상을 고려하면 성대한 행사를 준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현역 선수들의 잔치인 올스타전 본래의 의미가 가려져서는 안 되기에 묘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묘수가 나올지 궁금하다.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