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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칼럼]인사를 인사답게 하라

입력 | 2014-07-08 03:00:00

현정부 인사 가장 큰 문제는 목적과 목표 불명확하다는 것
靑 정책기능 대폭 강화… 총리든 장관이든 사람 찾기 전 해야할 일 먼저 명확히 정리를
대통령도 검증통과할 사람 아닌 일 잘할 사람 당당하게 내놔야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문제라 한다. 맞다. 지명하는 사람마다 문제가 제기되고, 사실상 그만뒀던 총리를 다시 불러 앉혀 놓고 있는 판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그러나 검증은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상당부분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다.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국민이 원하는 수준까지 고칠 수 있다.

현 정부의 인사 문제는 검증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훨씬 더 크고 깊다. 인사를 왜 하는지 모를 정도로 인사의 목적과 목표 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인사가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그 일이 뭔지 분명히 하는 게 먼저요, 그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그 다음이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검증이 또 그 다음이다. 당연히 모든 것이 ‘일’, 즉 과제와 임무를 잘 정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현 정부는 이 부분이 약하다. 조각할 때부터 그랬다. 경제만 해도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 늘어가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문제, 글로벌 분업체계의 변화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사람으로 말하면 심장에 메스를 가할 정도의 개혁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임명된 경제수장은 메스를 들 수 있는 분이 아니라 일상적 관리에 능한 사람이었다.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에 빚어진 일이었다. 어쨌든 그 결과 정부는 개혁과 혁신의 기회를 놓쳤고 당사자는 별로 유능하지 못하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총리 인사도 그렇다. 총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해야 했다. 또 그러한 맥락에서 이러저러해서 꼭 필요하니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받아 달라 요청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모두 덕담에 지나지 않는 인물평 몇 마디와 함께 여론 검증의 바다에 던져졌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과연 우리 앞에 놓인 문제와 과제들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총리나 장관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는 하고 있는 것일까?

겉으로는 그럴싸하다. 경제민주화에 창조경제, 복지 확대에 규제개혁, 그리고 이제는 국가개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 어떻게 풀어 가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전과 목표, 그리고 전략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하나같이 정책이 아닌 구호로, 또 정치적 수사로 들리는 이유다.

이렇게 ‘일’, 즉 과제와 임무가 명확하지 않으니 인사가 제대로 되겠나. 어설픈 정치적 판단이나 각종의 인연이 인사의 중심을 이루지 않을까? 또 ‘일’이 뭔지도 잘 모르는 ‘실세들’이 개입하여 검증 과정까지 엉망으로 만들지 않을까? 그저 지나친 상상이기를 바랄 뿐이다.

결론은 하나다. 인사를 인사답게 하라. 먼저 청와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라. 총리든 장관이든 사람을 찾기 전에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리하라는 뜻이다. 이는 단지 인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국정관리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 정책 기능을 담당하는 이들을 인사 추천의 중심에 두라. 최소한 내각의 각료 등 중요한 정책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의 인사는 반드시 그렇게 하라. ‘일’을 아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청와대 내에 다시 인사수석실을 둔다고 한다.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주의할 대목이 있다. 정책 기능을 강화하지 않는 상태에서 전담부서 설치는 오히려 화가 될 수도 있다. ‘일’, 즉 과제나 임무에 밝지 않은 인사참모들이 인사 추천의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수석실을 운영했던 참여정부 청와대에는 비서실과 동등한 위치에서 강한 정책적 기능을 수행했던 정책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은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다. 검증에 주눅이 들어 오로지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다녀서는 안 된다. 소위 ‘재활용 총리’도 민망하다. 그렇게 해서는 ‘일’을 할 사람을 구할 수도, 잘못된 여론 검증이나 청문회 관행을 바로잡을 수도 없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를 좀 더 따져 묻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당당히 내놓아야 한다. 일부 부족함이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앞장서 여론 검증과 국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한두 번 사고가 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변화의 시대, 패배의식과 소극적 자세는 대통령이 피해야 할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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