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R&R)가 그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50.1%)가 절반을 넘어선 것은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국갤럽이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40%로 떨어져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동아일보의 조사 시점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직후였는데도 정상 외교에 따른 지지도 상승효과가 없었던 점이 과거와 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로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높아진 기준 탓에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는 박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52.1%)는 답변이 “공감한다”(42.3%)는 응답보다 많았다. 고위직 인사 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널리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답변이 71.4%를 차지했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와 연구비 부당 수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어 교육 수장(首長)으로 자격 미달이라는 본란의 지적과 맥이 닿아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장과 7명의 장관 후보자를 ‘전원 사수(死守)’ 할 것을 목표로 한다지만 오기와 오만으로 비친다. 미흡한 사람은 버리고 가는 것이 민심을 존중하는 정치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악화한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도 짙게 깔려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한 ‘워킹 푸어’의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25.9%를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에서 1위다. 정부가 개념이 불분명한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으나 민생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규제개혁과 공공개혁 역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위기를 똑바로 인식하고 대통령부터 변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국정 운영의 동력을 다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