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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김종철 시인협회장

입력 | 2014-07-07 03:00:00

망치로 맞듯 힘겨운 서민삶 대변… ‘못의 시인’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사진)이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인은 지난해 7월 췌장에서 간으로 전이된 4기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올 3월 시인협회장에 취임했다. 건강을 먼저 생각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시인협회장으로 ‘시의 달’ 제정, 남북시인대회, 시문학 전문지 부활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고인은 3월 시인협회장 취임 간담회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회장은 하고 싶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기적적으로 병세가 좋아졌는데 회장을 시키더라. 이걸 하고 죽으라는 건지…”라면서 껄껄 웃었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면서 지난달 한국시인협회 주최로 이란에서 열린 한국-이란 시인교류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부산 태생으로 서라벌예술대에 재학하며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정지용 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가톨릭 문학상을 수상했다. 암 투병 중에 쓴 시편들을 올 초 계간 ‘시인동네’ 봄호에 발표하기도 했다.

고인은 ‘못의 시인’으로 불렸다. 망치에 두들겨 맞는 ‘못’의 이미지로 소시민의 삶을 형상화했고, 종교적 제재를 사회적 상상력과 결합시켰다.

1991년 문학수첩 출판사를 세웠다. 1999년 겨우 적자를 면하던 군소 출판사였던 문학수첩이 ‘해리 포터’ 판권을 따낸 것은 출판계의 신화로 남아있다.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출판계가 움츠러들었던 시절, 권당 선인세가 1만5000달러에 이르는 책을 과감하게 계약한 것. 처음에 권당 300쪽이 넘는 책을 보고 ‘여름에 목침으로나 쓰겠나’ 싶었지만 책을 읽어본 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뛰어난 문학서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 10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유족은 문학수첩 대표이사인 부인 강봉자 씨와 딸 은경, 시내(문학수첩 이사), 사위 김종표 안양 속편한내과 원장, 박상준 인천지방법원 판사가 있다. 제34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김종해 시인이 형이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8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성당. 장지는 서울 절두산 순교 성지 부활의 집이다. 02-3410-6917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