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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가 남이가”

입력 | 2014-07-02 03:00:00

[World Cup Brasil 2014]
16강전 끝낸 프랑스팬 4000여명… 식민지였던 알제리 응원 몰려가




승리의 환호도 잠시. 프랑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지자 프랑스 응원단은 서둘러 짐을 챙겼다. 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 나이지리아의 16강전이 끝난 뒤 4000여 명의 프랑스 응원단은 순식간에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장 밖에서도 이들은 발길을 서둘렀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은 아니었다. 열정적인 응원 뒤에 휴식을 취하러 숙소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프랑스 유니폼을 입은 미셸 클라보 씨는 “친구들과 함께 TV가 있는 술집이나 식당에 빨리 자리를 잡기 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서둘러 TV를 보러 간 이유는 경기가 끝나고 2시간 뒤 열리는 알제리와 독일의 16강전을 시청하기 위해서였다. 응원 도구를 다시 꺼내 든 프랑스 응원단은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비바 프랑스, 비바 알제리.”

알제리 축구대표팀은 제2의 프랑스 축구대표팀이다. 알제리는 지금은 엄연한 독립 국가이지만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1962년 독립한 알제리는 축구 분야에서 프랑스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뛰고 있는 소피안 페굴리 등 알제리 대표팀의 주축 대부분이 프랑스 청소년 대표팀 출신이다. 프랑스 대표팀에도 알제리 혈통 또는 알제리 이민 2세가 많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슈퍼스타 지네딘 지단도 알제리 이민 2세다. 현 프랑스 대표팀의 최고 스타인 카림 벤제마도 알제리 혈통이다.

마티유 보드메 씨는 “알제리는 프랑스 대표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많은 프랑스 축구팬들이 알제리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가 8강에 진출하면 알제리 응원단과 연합해 응원전을 펼치겠다는 프랑스 응원단의 기대는 알제리가 독일에 1-2로 지면서 사라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이들이 알제리에 한마디 전해 달라고 했다. “프랑스가 8강에서 꼭 독일을 꺾을 겁니다.”

브라질리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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