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집 ‘행복한 죽음’ 펴낸 송길원 목사-송예준씨 부자
최근 죽음을 주제로 다룬 묵상집 ‘행복한 죽음’을 펴낸 송길원 목사(왼쪽)와 아들 예준 씨. 송 목사의 말처럼 아버지와 아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이들의 DNA는 속일 수가 없었다. 송 목사는 “책을 준비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무엇보다 큰 유산을 물려준 것 아니냐”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죽음의 자리에서 보면 삶의 진리가 보인다”
▽기자(記)=젊은 사람도 죽음에 관심 있나.
▽부(父)=한때 행복전도사였다. 아무리 행복과 긍정을 얘기해도 결국 죽음의 문제에 부딪히더라. 항상 행복해도 죽음이 행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기=책 제목, 행복한 죽음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부=그러나 둘은 떨어질 수가 없다.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보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 주어진 삶은 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삶이 단단하고 여물어진다.
▽자=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이다. 그걸 찾으면 뭘 하든 행복하겠다. 삼성에 다니고 미인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학 공부라면 몰라도 목회는 아니다. 어렴풋하지만 행복의 표지는 발견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 “나침반이 방향은 알려주지만 골짜기는 알려줄 수 없어”
▽부=제가 대학 학보사 출신이라 큰아들이 기자 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아들은 엄마에게 ‘돈 세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하더니 결국 회계사가 됐다. 큰아들은 개신교 표현으로 하면 회개한 뒤 맘껏 회계하며 살고 있다.(웃음) 부모 기준으로 자식의 성공을 따지니 서로 힘들어진다. 나침반은 방향은 알려주지만 그곳의 골짜기를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기=이 순간,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 1번은 뭔가.
▽부=가족들 앞에서 사진 찍는 포즈로 사는 거다. 남 앞에서는 스마일하면서 집에 들어오면 굳어진 제 얼굴을 자주 본다. 나머지는 예수님이 못한 것들이 리스트에 들어 있다. 우선 1월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캐나다에서 북극 오로라를 봤다. 다음은 2년 전 두 번 실패한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하는 것이다.
○ “아비로 다른 건 몰라도 죽음에 대한 교육은 했다”
▽기=재난과 죽음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부=목회를 하고 임종치유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봤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만 부모님은 어떠실까 걱정이다. 가끔 두 분께 임종과 관련한 유머를 툭, 툭 던지는데 그냥 웃고 마신다.
▽자=책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다. 자식들에게 좋은 것만 주려는 아버지 모습이 ‘짠’하더라.
▽부=전, 겨우 이제 부모님과 임종유머를 통해 죽음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들과는 이번에 책 준비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가장 좋은 유산을 물려준 것 같다. 죽음에 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사회적으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아쉽다. 육아휴가도 있는데 왜 임종휴가는 없나? 가족의 죽음은 며칠 장례로 도저히 풀 수 없는 큰 트라우마다. 임종휴가를 통해 살아남은 이들도 ‘삶의 평형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