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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월드컵 때만 하나 되는 대한민국

입력 | 2014-06-19 03:00:00


김연아도, 박태환도, 이승엽도 누리지 못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다른 종목 선수들한테도 그림의 떡이다. 온 국민이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길거리 응원의 짜릿한 감동! 오로지 월드컵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만 만끽할 수 있는 가슴 벅찬 특혜다. 공 하나에 웃고 울고 탄식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려 응원하는 건 월드컵이기에 가능하다.

▷어제 아침 광화문광장은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를 전광판으로 지켜보며 응원하는 붉은색 인파로 넘쳤다. 전날 저녁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밤을 꼬박 새운 열혈 팬도 적지 않았다. 이 사람들, 명절 때면 피붙이끼리도 음식장만 설거지 고스톱점수 진학 취직 결혼 등 별별 일로 티격태격하고, 평소에도 혈연 학연 지연과 이념으로 나뉘어 옥신각신하기 일쑤인 우리 이웃들 맞나 싶다. 신명나게 한바탕 즐긴 뒤 무승부로 끝난 경기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깔끔하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월드컵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 못 이루는 것은 모든 출전국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쟁 지역을 뺀 지구촌 대부분이 그 마법에 홀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 대회가 끝나는 다음 달 14일까지 글로벌 커뮤니티의 가장 큰 화제의 하나가 월드컵이 될 테니 그에 가려지는 중요한 이슈들도 많을 것이다. 골치 아픈 일이 많은 위정자들에게는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 터. 이런 이벤트가 4년에 한 번뿐인 게 유감일지도 모른다.

▷세월호 유족들은 “월드컵을 즐기는 순간만큼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보다는 차분해도 그나마 월드컵 기분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한바탕의 축제가 끝나고 난 뒤에는 다시 허탈한 현실을 직면해야 할 개연성이 크다. 세상이 그 사이 크게 살 만해지겠는가. 정치도 여전히 그 모양 그대로일 텐데….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대∼한민국’의 일체감을 안고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홍명보 감독에게 국정을 맡아보라 할 수도 없고….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