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cm 간격 22개… 동아시아 최초 1만8000년전 길이-넓이 측정 추정
5월 중순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 남한강 유역 후기 구석기 유적에서 발굴된 눈금(점선 안)이 새겨진 돌. 일정한 간격으로 눈금이 새겨져 있는 이 돌은 다른 돌의 길이를 잴 때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길이는 20.6cm로 아래쪽 10cm 길이의 자보다 배 이상 길다. 문화재청 제공
5월 중순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의 남한강가에서 구석기 유적 발굴 작업을 하던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연구진은 깜짝 놀랐다. 약 1만8000년 전에 제작된 여러 석기를 발굴하던 중 마치 자처럼 일정 간격으로 눈금이 새겨진 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구석기인이 포획 동물 수를 뼈에 새겨 넣는 등 수(數) 개념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기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구석기인들이 수를 이용해 크기, 넓이를 계산하는 측정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었다. 눈금이 새겨진 돌을 보고 놀란 이유다.
함께 발굴된 밀개. 동물 가죽을 밀어 기름을 제거할 때 사용됐다. 문화재청 제공
눈금이 새겨진 돌은 가장 아래층인 3문화층에서 발견됐다. 길이 20.6cm, 너비 8.1cm, 두께 4.2cm의 길쭉한 규질사암 자갈돌에 0.4cm 간격으로 눈금 22개가 새겨져 있다. 손으로 들고 다른 돌의 길이를 잴 수 있는 크기로 망치 등을 제작할 때 쓰였을 수도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유적의 형성 시기는 중간층인 2문화층의 숯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1만8000년 전후였다. 우종윤 선사문화연구원장은 “눈금 돌이 발견된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처음”이라며 “구석기인들이 단순히 숫자 개념을 알고 있다는 것을 넘어 각종 사물을 측정하는 용도로까지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눈금 돌이 측정용으로 사용됐는지를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낼 계획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