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 소방방재청장
개정안은 결코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재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재난 대응의 최일선 담당자들 즉,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현재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일원화되어야 한다.
소방은 현재 ‘소방공무원법’이라는 단일법을 적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신분이 이원화되어 있고(전국 소방공무원 3만9519명 중 지방직 3만9197명, 국가직 322명), 조직 또한 중앙과 지방으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체제는 재난 발생 시 국가직인 소방방재청장과 시도 지사의 지시가 상충될 경우 혼선이 초래되고 일선 지휘관인 소방서장의 일사불란한 지휘권 확보가 곤란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 시 나타난 해경의 구조 대응 능력에 대한 문제는 지휘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소방·군·경·민간단체 등의 유기적인 공조체제가 사고 발생 초기에 조직적이고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재난관리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령 지휘체계 및 대응체계를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 신분 이원화에 따른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시도별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서비스 품질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 문제는 결코 지역 간 차별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공평한 소방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이 명확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재정 담당 부처(기획재정부)나 조직 담당 부처(안전행정부)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단일화가 지방자치에 역행하며 대형재난의 효과적 대응, 지자체 간 소방 서비스 격차는 운영상의 문제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 간 재정격차가 심각한 탓에 재정이 열악한 시도는 소방관들이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후 소방차를 타고 현장에 나가고 방화 장갑 등 개인 장비가 부족해 사비를 들여서라도 장갑을 사야 하는 실정이다. 또 각 지자체가 소방 분야에 소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하다보니 소방인력 부족은 1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소방관 1인이 맡는 인구수가 1320명으로 일본(799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 소방방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