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강의록 ‘인간 중심 철학’ 출간
이 책은 황 전 비서가 2004년부터 사망하기 나흘 전까지 7년간 매주 한 번씩 진행한 ‘인간 중심 철학교실’ 강의의 주요 내용을 추린 것이다. 황 전 비서가 상임고문을 맡았던 ‘민주주의 이념연구회’ 강태욱 상임회장이 강의 녹취 테이프 180여 개를 글로 풀었다.
책에는 황 전 비서가 자신이 정립한 인간 중심 철학의 주요 내용을 비롯해 마르크스주의와 북한 체제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겼다. 주체사상의 설계자로 알려진 그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1인 독재 도구라며 비판한 내용도 나온다. 그는 민주주의의 개인적 속성(자유)과 집단적 속성(평등)을 조화시키는 것이 인류 발전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남북 관계의 해법과 대북 전략에 대한 조언도 실려 있다. 황 전 비서는 “북한을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중국과 우리(남한)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이러면 누워 있는 김정일 정권이 완전히 죽어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 핵무기나 미사일의 실제 사용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핵 개발의 진짜 목적은 “(남한 내에) 전쟁 공포증을 갖게 해 김정일에게 평화를 구걸하게 만들어 (남한 내) 좌파 정권의 군중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에 대해서는 “(남한에) 미국 군대가 있는 한 미사일이 100만 개가 있어도 쏠 수 없다”면서도 “서해 해전 같은 국지적 도발 가능성은 늘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책을 엮은 강태욱 회장은 11일 출간기념회에서 “그간 김일성, 김정일 수령의 1인 독재 사상으로 날조된 주체사상의 설계자로 매도, 폄하된 황 선생님의 인간 중심 철학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