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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스티븐 보즈워스]미국 외교정책의 시련과 고난

입력 | 2014-06-07 03:00:00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

외교정책은 여론을 수반한다. 아무리 비민주적인 체제에서도 여론은 중요하다.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민주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론의 지지가 없는 외교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나라 안팎에서 거센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시리아 내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합, 중국의 정치 경제적 부상, 북한의 계속되는 핵무기 개발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맞서 선도하는 데 실패했다거나 결단성이 없고 유약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미국 외교정책과 미국의 리더십 발휘에 특히 어려운 시기다.

되돌아보면 냉전시대의 외교정책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소련은 명백한 적수였다. 양극 체제 아래서 미국의 국가 이익을 규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당시는 극적인 정보의 유입이 외교정책의 입안과 집행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 위기는 빠르게 일어나고 순간적인 대응이 기대되고 있다.

1962년 10월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위기를 인식하고 의회와 여론에 대응책을 내놓기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통령의 발표 때까지 보도를 미뤘다.

오늘날처럼 상업위성과 다양한 취재원을 가진 디지털 미디어 시대라면 쿠바의 소련 미사일을 발견하는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아니라 구글어스였을 것이다. NYT가 기사를 보류했더라도 인터넷 미디어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냉전시대는 갔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수사가 넘쳐나지만 냉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소련이 아니다. 2014년의 세계는 냉전 시절과는 다르다. 다극 체제이고 민족주의와 세계화, 경제적 상호의존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복잡한 시대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계 속에서 우리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요구, 미국의 현실 및 여론 사이에서 길잡이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이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9·11테러 이후 잘못된 판단과 전략적인 실수가 낳은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 반(反)테러를 궁극적인 목적이자 미국 외교정책의 모든 것으로 만들었다. 현실적인, 때론 가공된 테러의 위협이라는 관점으로 우리의 이익을 측정해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왜곡했다. 이들은 내 편이 아니면 적수였다.

우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테러와의 전쟁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수많은 미군과 동맹국 군인들이 희생됐다. 미국인은 10년이 넘는 전쟁에 지쳤다. 교육 시스템은 추락하고 있고 사회 기반들은 무너지고 있다.

이른바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외치는 주장과 미 유권자들이 지원하려는 것 사이의 간극에 직면하고 있다. 그 간극은 오바마 대통령의 웨스트포인트 연설에 대한 차가운 반응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속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재구축하고 미국 외교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설계하려 했다.

이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베트남전쟁에서 회복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지금의 어려움을 빠져나갈 때까지 더 많은 연설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세기와 함께 시작된 두 개의 전쟁, 그로 인한 실수에서 회복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