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쪽에도 일방적 승리 안준 절묘한 6·4지방선거 표심 새누리당엔 일방적 독주 경고, 새정치연엔 “능력 키워라” 교훈 與野, 준엄한 국민의 뜻 새겨 대선승리 몽상-패배 무기력 탈피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강원택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새누리당으로서는 사실 선거 이전의 불리한 여건을 생각하면 선방한 셈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수습 과정에서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무능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고,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드러난 대로 청와대는 정치적으로 독선적이고 갇혀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본전은 한’ 결과에 안도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서울과 충청권 등에서 선전했지만 동시에 역부족도 실감했을 것 같다. 야당으로서는 선거 전 호재를 만난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지지의 확대는 분명한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새정치연합은 대선 이후 정치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됐고 당 지지율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에도 이번 선거 결과는 아쉽지만 그런대로 무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매우 절묘해 보인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는 지난 대선 이후 독선적이고 일방통행식으로 이끈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반성하고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사실 새누리당이 대패했다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손상됐을 것이다. 선거 승리를 토대로 야당은 정국을 주도하려고 나섰을 것이며 사사건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시비를 걸었을 것이다. 더욱이 집권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정치적 야심가의 출현을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1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로 보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은 상대방의 실수나 잘못에만 편승해서는 결코 집권할 수 없다는 자명한 교훈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사실 대선 패배 이후 안철수 영입 외에 딱히 내부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낸 것은 없었다. 이만큼의 성과는 상대방의 실수 탓이지만 새정치연합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도 바로 그 지점까지라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는 잘 보여줬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한 또 다른 점은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가 약진한 것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쟁, 서열화, 교육환경의 계층 간 격차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한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라면 지난 대선 때 많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던 복지, 경제민주화의 요구와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의 주요 이슈는 정치적으로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이 났지만 어찌 보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은 이제야 대선 승리로 인한 몽상과 대선 패배로 인한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성패와 이후의 권력 향배를 향한 여야 간 진정한 경쟁이 비로소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