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후보 사퇴/7일간 무슨 일이]
그러나 이날 오후부터 안 후보자는 측근들에게 “미치겠다”고 말하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미 전날부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안 후보자는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퇴를 발표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여야는 물론이고 청와대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전격적인 사퇴였다.
○ 사퇴 이유=아들, 가족, 의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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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준비한 원고를 다 읽은 뒤 편한 말투로 기자들에게 “잘 계세요”라고 말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섰다. 다른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던 안 후보자는 결정적인 사퇴 계기를 묻는 질문에만 “아들, 가족, 의뢰인 이렇게 하시죠”라고 답했다.
안 후보자가 사퇴 결심에까지 이르게 된 건 아들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처음부터 총리직을 맡는 데 반대했다고 한다. 게다가 “변호사 기간 동안 번 11억 원을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새 아파트로 이사 간 지 3개월 만에 다시 집을 팔아야 할 판이었다.
안 후보자가 특히 괴로워한 것은 아들과 관련된 의혹이었다. 병역 특혜 의혹에 이어 아들의 취직조차 아버지의 전관예우 덕분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28일 일부 언론이 아들의 회사에 연락해 취재를 시작하자 “더 버티면 아들이 제대로 회사 생활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들과 관련된 의혹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이날 안 후보자에게 사건을 의뢰했던 한 중소기업인이 “야당 의원들이 자꾸 전화해 이것저것 물어봐서 무섭다. 세무조사 받는 것 아니냐”고 토로한 고충도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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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안타깝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사퇴 의사를 밝히고 가족과 함께 바로 지방으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회견 직전까지 사퇴에 대한 낌새도 차리지 못했다”며 “회견 직전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인사하고 바로 떠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가족과 함께 떠나가 계시겠다고만 하셨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가 살던 서울 중구 회현동 아파트 문 앞에는 이웃이 남기고 간 수박 한 덩어리와 편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웃의 한 50대 주부’라고 자신을 밝힌 이 편지에는 “많은 어려움 다 떨쳐내시리라 믿으며 강골총리가 되셔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 긴박했던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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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 날인 23일부터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5개월 동안 16억여 원을 번 것은 전관예우라는 논란이 커져갔다. ‘법피아’ 출신 신임 총리가 ‘관피아’를 척결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거세졌다.
안 후보자는 26일 “변호사 활동으로 번 수익 11억 원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변호사 개업 이후 사회에 기부한 4억7000만 원 중 3억 원이 최근에 이뤄져 총리가 되기 위한 정치적 기부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고 급기야 ‘총리가 11억 원짜리냐’는 신종 매관매직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26, 27일 실시된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자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선 그리 높지 않은 평가가 나왔다. 수도권 응답자 가운데 안 후보자 지명에 만족스럽다는 의견은 44.1%,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은 41.2%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동정민 ditto@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