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꺼놔 도발원점 확인 못해… 하루前 北위협에도 안이한 대응
북한이 최근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초계활동 중이던 아군 함정을 조준 포격하고도 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한국군이 포격 원점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당시 연평도에 배치된 대포병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대포병 레이더는 기계적 특성과 북한의 군사동향 등을 고려해 24시간 운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가 과부하가 걸려 오작동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평시 상황에서 24시간 가동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조준 포격 전날인 2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남측 함정을 조준사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에서 군이 대포병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북 위협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인 셈이다.
북한이 아군 함정을 조준 포격한 것은 서해 NLL의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올 2월부터 최근까지 경비정과 어업지도선, 어선 등을 NLL 이남으로 잇달아 내려보냈다. 중국 어선의 단속이나 조업 과정의 단순한 침범으로 위장해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떠보려는 저의가 짙다고 보고 군 당국은 주시해 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