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D-22… 축구 관련 서적 판매량 전달보다 38% 껑충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내 책 판매대에서 한 남성 독자가 축구서적을 고르고 있다. 다음 달 13일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출판계의 ‘월드컵 특수’도 시작됐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축구를 읽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달 1∼18일 축구선수 자서전 등 축구 관련 서적 판매량은 전달 같은 기간 대비 37.8% 증가했다. 교보문고는 “1월부터 4월 중반까지 1000권 내외에서 팔렸는데 이달엔 벌써 1400권 정도가 나갔다”며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판매가 늘 것”이라고 밝혔다. 예스24의 축구선수 자서전 5월 판매량도 전달 대비 2.1배로 증가했다.
출판계가 월드컵 특수를 ‘첫 경험’한 시기는 2002년. 한국팀이 4강에 오르면서 ‘영원한 리베로’(홍명보), ‘마이 웨이’(히딩크), ‘당돌한 아이’(이천수), ‘아름다운 질주’(송종국) 같은 4강 멤버 자서전이 쏟아졌고 수만 권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멈추지 않는 도전’(박지성)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자서전이 화제가 됐다. 한 출판사 대표는 “선수가 잘할수록 책 판매가 늘어난다. 그래서 메시 책을 낸 출판사들은 2010년 월드컵 한국 vs 아르헨티나전 때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며 웃었다.
○ 그라운드 아닌 서점의 승자는 누구?
의외로 자서전 판매량이 저조한 선수는 데이비드 베컴. 예상보다 잘 팔린 선수는 이동국(전북)이다. 베컴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세계적 인기를 누렸고 베컴 관련 책은 세계 각국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호응이 작았다는 평. 축구전문 출판사 ‘그리조아 FC’ 김연한 대표는 “베컴 자서전이 출간된 2003년에는 국내에 유럽축구 중계가 없어 관심이 적었다”며 “이동국은 인생 역경 이야기가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트렌드는 축구 ‘선수’에서 ‘감독’으로 넘어가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무리뉴, 그 남자의 기술’이 선전 중이다. 예스24 김현주 MD는 “독자들은 단순한 일대기보다는 역경 극복담을 통해 무언가 배우고 싶어 한다”며 “이에 자기계발서 형식으로 리더십을 드러난 해외 감독 자서전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출판사 러브콜 1순위는 ‘꽃미남’ 안정환 ▼
미스코리아 부인 등 흥행요소 많아… 차범근-손흥민-박주영 순 인기
2위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한국 축구의 영웅인 데다 독일생활, 국가대표 감독 시절 등 농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손흥민은 한국축구의 ‘신성’이라는 점, 박주영은 언론 노출이 적어 알려진 점이 극히 적은 데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활약할 경우 반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국내 축구 스타들의 자서전은 출판되기 쉽지 않다. 자칫 “훈련 안 하고 자서전이나 쓰더니 축구를 못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어 선수들이 자서전 출간을 꺼린다는 것. 김연한 그리조아 FC 대표는 “해외 축구 스타는 전성기 때 적극적으로 자서전을 내는 문화가 있고 축구 스타 책이 종종 종합베스트셀러에 오른다”며 “반면 황선홍 같은 국내 선수들은 ‘안티’도 많다 보니 출판을 포함해 언론 노출을 꺼린다”고 밝혔다.
‘무리뉴. 그 남자의 기술’을 쓴 한준 작가는 “해외 축구선수들은 감독과의 불화 등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자서전을 통해 공개해 인기를 얻지만 한국선수들은 지나간 일을 들추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풍성한 이야기를 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