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 뻔한 이야기죠? ‘파랑새’로 유명한 벨기에 작가 마테를링크(사진)의 희곡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893년)입니다. 이 희곡은 특히 음악사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작곡가 드뷔시가 이를 바탕으로 1902년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발표했고 다음 해 쇤베르크도 교향시를 완성했습니다. 포레는 1898년, 시벨리우스는 1905년 이 희곡을 위한 극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극음악이란 연극이 진행되는 사이에 연주하는 음악으로, 오늘날의 영화음악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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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적인 면은 등장인물들의 몽환적인 대사 외에 작품 배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실세계의 어디와 닮았는지 알 수 없는 가상의 왕국이 배경입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인 포레의 음악에서는 지중해의 온화한 대기와 남국적인 정취가, 핀란드인 시벨리우스에선 찬바람 이는 듯한 북구적 인상이 느껴집니다. 배경이 ‘지중해’나 ‘북유럽’으로 설정되었더라면 둘 중 한 사람은 손을 대지 않았을 듯합니다.
KBS교향악단은 6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베르트랑 드 비이 지휘로 포레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연주합니다.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하이라이트도 베이스 연광철 협연으로 연주합니다. 두 작품은 ‘왕가의 불륜에서 빚어지는 비극’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