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식탁/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권지현 옮김/640쪽·2만8000원·판미동
이 책은 그 비슷한 막막함을 안긴다. 저자는 2년간 10개 나라 전문가 50여 명을 인터뷰하며 인공감미제 아스파탐, 패션소품이나 건물바닥 재료인 폴리염화비닐(PVC) 등 현대인이 흔히 섭취하고 접하는 물질과 암, 알츠하이머 등 수십 년 새 유독 급증한 질환 사이의 연결고리를 추적했다.
“기업이 돈 주고 산 과학용병들이 독성 평가를 조작한다. 변수 몇 개만 바꾸면 위험한 화학물질이 무해한 물질로 탈바꿈한다. 기업은 질병과의 관계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숨기기 위해 연구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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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섭취허용량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회의에서 1961년 채택됐다. 2000년 국제생명과학연구소의 요청으로 일일섭취허용량에 대한 보고서를 쓴 영국 식품기준청 담당자는 “물질 독성에 대한 안전성 계수는 관계자 몇몇이 둘러앉아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일일섭취허용량의 유용성을 홍보해 온 국제생명과학연구소는 1978년 코카콜라와 하인즈 같은 식품기업이 설립했다. 이후 맥도널드, 켈로그, 듀폰, 화이자 등 식품, 농약, 의약품 업체가 후원자로 나섰다. 매일 수백 가지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그럴싸한 수치일 뿐이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원제는 ‘우리가 일용하는 독(毒)’. 평범한 개인이 피할 수 없는 독이라는 아픈 확인이 반복된다. 누구나 어렴풋이 짐작하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대책 없이 펼쳐 놓았다는 생각도 든다. 첫머리에 아인슈타인을 인용한 건 이런 반응을 경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파괴하는 자는 악행을 저지르는 자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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