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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제 와서 해피아 놓고 법석 떠는 국회

입력 | 2014-05-17 03:00:00


어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위원회에 불참한 것을 놓고 1시간 반 동안 입씨름만 벌이다 끝났다. 세월호 침몰 초기에 왜 해경이 신속히 구조하지 못했는지와,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문제 등을 따지는 것은 국회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하지만 실종자 구조가 아직도 진행 중인 지금, 현장의 지휘 책임을 맡고 있는 해경청장까지 국회로 불러 작업에 지장을 줄 때는 아니다. 6·4지방선거에 세월호 비극을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도 국회는 이미 합의한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과 책임을 파헤치면 될 일이다.

정부 잘못을 추궁하기에 앞서 여야는 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입법권을 통해 선제적으로 안전대책을 만들지 못했던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국회는 지난해 재해구호법, 해사안전법 등 해상안전 관련 법안 80여 개 가운데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가 난 뒤에야 무더기로 법안들을 제출하고 부랴부랴 일부 법안을 통과시켰을 뿐이다. 농해수위의 경우 세월호 침몰 10일 후에야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해 반드시 관제 통신을 청취하도록 한 이 법안은 1년 4개월 전인 지난해 1월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사고가 나자 이 법안을 포함해 안전관련 법안 6개를 한꺼번에 통과시켰다.

관료 개혁 문제와 관련해 국회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2년 가까이 방치해 왔다. 공무원 재취업의 금지 대상 확대 문제를 비롯해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 등을 위한 법안 11개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형편이다.

관피아 척결과 국가 개조는 정부나 여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야를 넘어 국회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초당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개월 동안 테러에 대한 모든 사실관계와 원인, 대책 등을 꼼꼼히 조사해 600쪽의 방대한 보고서를 만든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본질을 파고들지 못한 채 장관이나 불러서 고함과 호통으로 ‘보여주기’식 쇼를 벌인다면 국회는 국민들의 허탈감만 더 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