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공연전 세월호 참사 접하고 추모곡 헌정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 무대에 선 기타리스트 제프 벡. 그는 검정 상의 옷깃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 귀환을 소망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연주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27일 오후 6시 6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 무대. 영국 기타리스트 제프 벡(70)이 검은 정장에 흰 와이셔츠를 차려입고 나왔다. 민소매 카디건에 줄무늬 셔츠를 받쳐 입어 화려한 분위기를 풍겼던 2010년 3월 첫 내한 때와 달라진 분위기였다. 첫 곡 ‘로디드’에서부터 오른손 엄지로 속사포처럼 줄을 튕겨내는 강렬한 헤비메탈 연주를 하는 그는 20대 기타리스트처럼 뜨거웠다. 2500명의 관객이 돌아온 ‘기타 도인’에게 되쏘던 열광은 잠시 후 대형 화면에 벡의 상반신이 클로즈업되자 낮은 탄성으로 바뀌었다. 그의 윗옷 왼쪽 옷깃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공연 주최사인 프라이빗커브 관계자는 “입국 전 뉴스를 통해 세월호 사고에 대해 알고 있던 벡이 ‘노란 리본을 달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전했다.
벡은 드럼, 베이스기타, 또 다른 기타 연주자와 4인조 편제로 네 곡을 연달아 연주한 뒤에야 마이크 앞에 섰다. 어설픈 한국어로 “고마워요!” “사랑해요!”를 외치는 대신 그는 차분한 영어로 “지금 연주할 곡을 페리(세월호) 희생자에게 바치고 싶다.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한다. 이건 희망의 노래”라고 한 뒤 ‘피플 겟 레디’를 연주했다.
벡의 음표는 다른 기타리스트들과 계량 단위부터 달랐다. 그는 이날 1시간 40분간 21곡을 연주하며 전매특허인 마술 같은 오른손 기술을 십분 보여줬다. 벡은 1960, 70년대에 지미 페이지(레드제플린), 에릭 클랩턴과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혔다. 최근까지 변함없는 연주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