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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정 발목 잡은 야당이 ‘무책임한 총리’ 탓할 자격 있나

입력 | 2014-04-28 03:00:00


어제 오전 10시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1시간 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대표는 정 총리를 겨냥해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며 “지금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하겠나”라고 질타했다. 김한길 대표도 “국무총리가 자리를 비우는 것이 과연 국민에게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인지 동의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주만 해도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던 야당이 이젠 총리가 물러난다고 질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자회견을 갖기 전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정 총리를 포함한 내각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 사과, 해양수산부 장관·안전행정부 장관·해양경찰청장 사법 처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정작 정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당내에선 “아이고, 김샜다”는 얘기가 터져 나왔다. 만약 그 시간까지 총리가 묵묵히 있었다면 왜 물러나지 않느냐고 다그쳤을 것이 뻔하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타이밍 게임을 하는 듯한 모양새부터 국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자세와 거리가 멀다.

안 대표가 “4월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비롯한 현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공룡처럼 거대해지는 여의도 입법 권력 때문에 국회의 협조 없이 대통령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도 결국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25일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 등 해상안전과 관련된 법안 7개를 부랴부랴 심의 가결했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삼아 법안 연계처리를 주장하면서 국정운용의 발목을 잡아온 것을 반성한다면 민생법안 처리 역시 서둘러야 한다.

어제 김 대표는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여야와 박근혜 정부가 힘을 하나로 모아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 입에서 “여야정(與野政)이 힘을 하나로 모아”라는 얘기를 참 오랜만에 듣는다. 지금은 국민이 비통한 마음으로 자제하고 근신하는 상황이어서 상반기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무엇이 진정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것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희생자와 실종자를 애도하고 가족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새정치연합은 민생을 살리는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만에 하나, 세월호 참사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공학’에 매달린다면 민심의 외면을 당할 것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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