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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잠수부님 제발…” 쪽지에 구조대 울음바다

입력 | 2014-04-28 03:00:00

[세월호 참사/수색작업 전망]
서빙 알바 승무원복 입은 우리 아들, 학생과 구분 마시고 구해주세요




실종된 세월호 아르바이트생의 부모가 해군 해난구조대 주환웅 상사에게 건넨 편지. 주환웅 상사가 수색 상황 브리핑을 하는 동안 급하게 쓴 것이다. 진도=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 부모가 막 진도실내체육관 강당을 빠져나가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주환웅 상사(36)를 쫓아갔다. 주 상사는 25일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에 대해 브리핑한 뒤 강당을 나서는 길이었다. 그는 이날 세월호 도면을 보여주며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선체에서 시신을 찾으려면 얼마나 많은 미로와 부유물을 헤쳐야 하는지 등 구조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저희도 갑갑합니다. 유가족분들이 울면 저희도 웁니다. 군 생활 17년 동안 수심 318m까지 들어가 봤는데 40m밖에 안 되는 선체 수색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습니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 해군 관계자에게 처음으로 박수를 쳤다. “잘하셨어요.” 주 상사는 울음을 삼켰다. “제가 더 구조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브리핑이 끝나자 키 180cm인 주 상사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주 상사가 팽목항으로 돌아가는 차를 타려는 찰나 부부가 주 상사를 잡았다. 군복 상의 가슴팍 주머니에 쪽지 하나를 집어넣고 주 상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였다. 고개 숙이길 반복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잠수부님, 제발 우리 어린 아들 좀 데려와 주세요.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 고개 숙인 엄마 목에 걸린 사진이 펄럭였다. 20대 초반, 앳된 남자였다.

이날 밤 침몰 해역에 떠있는 청해진함(해군 구조함)으로 돌아온 주 상사는 주머니 속 쪽지를 꺼냈다. 쪽지는 ‘훌륭한 잠수부님!’으로 시작됐다. “승무원복을 입은 우리 아들! 나이도 어린 우리 아들 학생들과 함께 구분하지 말고 어린 생명 같이 구해주셨으면 하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학생들 인도하다 못 나왔을 겁니다. 평소 그런 애입니다. 승무원복 입은 아이 있으면 같이 구조해 주세요.”

아들은 세월호에서 근무한 서빙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부부는 체육관에서 죄인처럼 지내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승무원’이라는 죄책감에 드러내놓고 슬퍼하지도, ‘내 자식은 이런 아이였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부부는 주 상사가 브리핑을 하는 동안 급하게 편지를 썼다. 이날이 아니면 ‘잠수부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부부는 고개 숙여 부탁하면 아들을 찾게 될 거라 믿었다. 편지를 다 읽은 주 상사는 한참을 울었다. 청해진함 해난구조대원들도 돌려가며 쪽지를 봤다. 바다 햇빛에 그을려 시커먼 장정들이 울었다.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청해진함이 눈물바다가 됐다.

“우리는 유가족 보는 게 가장 힘든 거 같아요. 너무 죄송하죠. 안에 지금 100명이 넘게 있어요. 그런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으니까. 보이는 게 없어서 더듬으면 뭐라도 잡혀야 되는데 아무것도 안 잡히니까….”

“물속 시신은 손이 떠있어요. 저 좀 데려가라고 손짓하는 거예요. 이번에 세 명을 한 번에 몸에 묶어 데리고 나온 적도 있어요. 세 명을 데리고 나오다가는 제가 죽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꺼내달라고 손짓하는데 어떻게 그냥 두고 갑니까. 세 명이고, 네 명이고 보이면 데리고 나올 텐데 앞은 보이지 않고…. 자식 만나면 알아보게는 해드려야 할 거 아닙니까.”

27일 새벽 전화통화에서 주 상사는 거센 풍랑 탓에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 중이라고 했다. 방금 막내 대원이 잠수병에 걸려 안면마비가 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잠수부는 선상에 올라온 지 10분 만에 하지 마비가 왔다. 11일 동안 총 20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대원들을 지원한다며 먹을거리가 잔뜩 들어오지만 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꼭 부탁할 게 있다고 했다. “제가 다시 체육관에 못 갈 거 같아서요. 그 어머님, 아버님 보이면 대신 전해주세요. 꼭 아드님 찾아드린다고. 약속드린다고.”

진도=손효주 hjson@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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