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직업실록/정명섭 지음/296쪽·1만4000원·북로드
상점 앞 호객꾼인 ‘열립군’부터 돈 받고 대신 울어주는 ‘곡비’, 소방관인 ‘멸화군’과 노비 사냥꾼 ‘추노객’까지 조선시대에도 오늘날 못지않게 별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림은 조선시대 다양한 직업인의 모습. 북로드 제공
책은 곡비처럼 조선시대의 별난 직업들을 소개한다. 선조들의 밥벌이 풍경이 흥미롭다. 여리꾼은 오늘날 속칭 ‘삐끼(호객꾼)’의 조상 격이다. 상점 앞에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린다는 뜻의 열립군(列立軍)에서 유래한 말이다. 여리꾼은 남의 눈에 잘 띄게 까치등거리(검정 바탕에 바둑판 모양의 흰 줄무늬가 그려진 옷)를 입거나 노란 초립(갓)을 썼다. 손님과 상점주인 사이에 거래를 성사시키고 대가를 받았다.
조선에는 정부 운영 사우나가 있었다. 한증소(汗蒸所)로 불린 사우나는 대개 돌로 만든 커다란 움집 형태였다. 집 가운데 화로에서 활활 타는 소나무 가지 위에 물을 부으면 흰 연기가 가득 찼다. 한증소는 환자 치료용으로 쓰였는데, 운영은 한증승(僧)이란 승려가 맡았다. 승려는 농사를 안 짓기에 사우나 관리 인력으로 동원하기가 편했다. 한양과 변두리를 돌며 시신을 수습하는 승려도 있었는데, 매골승(埋骨僧)으로 불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